[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KT가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부 분사를 앞두고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 및 파격적인 성과급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내부 직원들의 분사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가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KT는 분사의 당위성에 대한 내부 조직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 한 모양새다.
◆ 일부직원, "구체적 계획·전략 불투명..안일한 결정"
16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클라우드·IDC 사업부 분사에 불만을 갖는 KT 직원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분사 이후 클라우드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 등이다.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A직원은 "분사가 KT에 정말 사업적으로 이익이 되는 지, 고객 관점에서 고려가 충분히 됐는지, 분사를 왜 하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이 있는 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업계 전문가와 직원들, 고객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사업과 마켓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상태에서 너무 안일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주장했다.
B직원은 분사 후 클라우드에 영업이익이 나지 않을 이유에 대해 "분사로 주요 고객인 본체(KT) 고정 매출 등이 감소하고, 클라우드를 판매할 때 전용회선 등에 대한 혜택이 없다"면서 "전문 영업조직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KT 클라우드 사업부 직원 이탈을 암시하는 글도 눈에 띈다. C직원은 게시글을 통해 "클라우드 2021년 진급 대상자 과장이 전원 퇴사했다"면서 "본체 정년 보장임에도 퇴사를 했고, 본받고 싶은 선배들도 이미 없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블라인드에서 진행된 클라우드 분사 이후 신설법인 이동 의사를 묻는 설문엔 193명이 참여했고, 현재 클라우드 사업부 소속 직원 중 본체에 남고 싶어 하는 사람 응답이 88명(45.6%)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클라우드 소속 직원 중 신설법인으로 이동하겠다는 직원은 17명(8.8%)이었다.
◆ '大魚' 클라우드 공공시장, " 분사는 조직 슬림화→빠른 의사결정"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현모 KT 사장이 지난 2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KT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KT] |
현재 KT가 진행하는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과정이다. 구현모 KT 사장은 2020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Disico·디지코) 전환을 선포하며 기존에 하고 있는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통신 산업이 정체기를 맞이한 현 시점에 통신업계는 통신사업 이외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고, KT는 그 방향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의 경우 정부가 2025년까지 '클라우드 대전환'을 예고하고, 공공 및 금융 분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황이라 올해를 기점으로 클라우드 공공사업 수주 규모가 대폭 늘어난다. 이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사업자는 네이버, KT, NHN이다.
네이버는 이미 2017년 네이버클라우드란 법인을 통해 네이버 법인과 별개로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4월 1일 KT와 NHN은 클라우드 법인을 새롭게 세워 클라우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파트장)은 "KT는 조직을 쪼개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방대한 50여개의 조직을 슬림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사업부를 정확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공공시장이 열려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자 입장에선 공공의 국가기밀 등을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인증을 받은 셈이니 그 레퍼런스로 엔터프라이즈에 도전할 수 있다"면서 "공공시장은 네이버, KT, NHN 삼파전으로 갈 텐데 이를 위해선 초기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분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소속 바뀌는 KT 400명 직원...분사 공감은 '글쎄'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KT광화문지사 모습. kimkim@newspim.com |
문제는 KT가 이 같이 큰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클라우드 사업 분사에 대해 내부 직원들의 공감대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KT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T가 클라우드 시장에서 점유율도 미미하고, 솔루션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 분사로 자체 경쟁력을 얼마나 가져갈 수 있을지에 직원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면서 "사업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 신설법인 이동을 꺼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2주 후 KT는 'KT클라우드'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400여명의 직원을 새 법인으로 이동시킨다. KT는 지난 11일 클라우드 사업 분사와 관련해 직원 대상 설명회를 진행했다.
KT 관계자는 "클라우드 관련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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