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연우 기자 =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 조립 차량 없이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공피치' 운영을 시작하며 감산에 돌입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부품 공급망 문제에 직면한 탓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조치는 와이어링하니스(자동차 배선 뭉치)를 납품하는 중국 현지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내린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공장 가동이 멈춰선 상황에서 부품 공급망 리스크까지 가중되는 모습이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울산에 위치한 5개 공장은 공피치 운영을 시작했다. 생산 차종별로 살펴보면 1공장에서는 벨로스터N, 코나(N,EV,HEV 포함), 아이오닉 5를 생산하며 2공장에서는 싼타페(HEV 포함), 팰리세이드, GV60, GV70(EV 포함), GV80을 맡아 생산한다. 3공장은 아반떼(HEV, N 포함), 베뉴, i30, 4공장은 팰리세이드, 포터(EV 포함), 스타리아, 5공장에서는 G70, G80(EV 포함), G90, 투싼(HEV 포함), 넥쏘를 생산한다.
현대차가 울산공장에 사실상 감산이나 다름없는 공피치 운영을 시작하면서 차량 생산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와이어링하니스를 납품하는 현지 업체들이 지난 9일 가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4일부터 모든 공장에 공피치 운영을 시작하면서 이번 주부터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라며 "컨베이어벨트가 비어 있는 채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감산 조치다"라고 전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수출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5154명(무증상 감염자 1647명)이 신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 2월 이후 2년만에 최대 규모다. 중국 본토에서는 15일에도 3000명대의 감염자가 나왔다.
자동차 공장이 많은 지린성 창춘,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 제조업의 메카 광둥성 둥관시가 지난 11일부터 잇따라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와이어링하니스 결품으로 당장 이번 주 출시를 앞둔 GV70 전동화 모델을 비롯해 GV60·GV80 등 제네시스 주요 모델들의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현대차는 2020년에도 중국 협력업체로부터 와이어링 하니스를 공급받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남은 재고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라며 "중국 측의 공급이 어려우면 더욱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해외공장 중 하나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난 1일부터 가동을 중지했다. 러시아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기 직전인 지난달 출하대수가 전년대비 17.1% 감소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는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공장은 아직 부품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동이 어려운 상태로 재가동 여부는 현재 미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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