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검찰이 '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재판에서 이 전 차관이 당시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출동 경찰관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차관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15 pangbin@newspim.com |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한 조사 절차가 진행됐다. 검찰은 사건 당시 이 전 차관이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조서에 따르면 한 경찰관은 '택시기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승객이 술에 많이 취하기는 했으나 약간 비틀거릴 정도였고 현장에서 폭행사실을 부인했다'고 진술했다. 함께 출동했던 또 다른 경찰관도 '당시 승객은 만취 정도는 아니었고 얼굴이 빨간 상태로 술을 좀 먹었구나 생각했으며 보호조치를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사건 당시 술을 같이 마셨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검찰 진술을 보면 피고인은 택시를 타기 전 여러 가지 술을 섞어서 마시고 다량의 음주를 했다"며 "백 전 장관의 배우자가 택시를 호출하고 요금도 지불할 정도로 피고인은 만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 역시 검찰에서 '당시 배우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으니 사람들에게 내가 어디있는지 좀 알려달라'며 누군가에게 휴대폰 통화를 바꿔줄만큼 인사불성 상태였다"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택시에 소지품도 놓고 내려 다음날 경찰서에서 찾아갔는데 증거를 보면 얼마나 취한 상태였는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특가법상 운전자폭행죄는) 만취 승객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데 자기가 처한 상황의 인식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면 형법상 대원칙에 따라 심신미약으로 형을 감경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기사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에게)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청을 받고 거절했다가 나중에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으면서 즉흥적으로 삭제했다"며 "삭제 후에도 기사의 휴대폰 등에 동영상 원본이 남아있었고 지인에게도 보낸 점 등을 종합하면 기사에게 증거인멸의 고의는 없었다"고 했다.
변호인은 그러면서 "택시기사와 블랙박스 확인업체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당시 삭제 정황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장면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검증도 진행됐다. 영상에서 이 전 차관은 차량을 운전하다 '여기서 내리시면 되냐'는 택시기사에게 갑자기 '너 뭐야'라며 욕설을 하고 목을 움켜잡았다.
재판부는 내달 19일 다음 재판을 열고 본격적인 증인신문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전인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차관은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와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했고 택시기사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내사 종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재수사가 이뤄졌고 이 전 차관은 자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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