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조 회장은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칼은 2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26층 대강당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 참석률은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55.57%(보유주식 수 1억9391만6716주)였다. KCGI는 2년 만에 주주제안을 내 표 대결이 진행됐다
KCGI가 단독 제안한 ▲이사 자격 강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전자투표 도입 등의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KCGI가 제안한 사외이사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선임 안건은 찬성 25.02%, 반대 55.63%로 부결됐다. KCGI는 지난 2020년 주총에서도 서 교수를 이사 후보로 제안한 바 있다.
23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진칼] |
반면 한진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주인기, 주순식 사외이사 재선임 건은 각각 60.59%의 찬성으로 통과됐고, 류경표 한진칼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80% 찬성을 받아 가결됐다. 사측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로 자진 사퇴해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표 대결의 관건이었던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예상대로 주총이 마무리됐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3%, KCGI 측은 37% 수준이지만 산은이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분 경쟁에서 조 회장이 우위를 점했다. 두 번의 표 대결에서 모두 패한 KCGI는 자금을 댄 펀드들의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어 펀드 연장 대신 자금 회수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이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대독한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그룹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올해 경영방침을 코로나19 위기극복 지원 및 유동성 확보로 정했다"며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성공적으로 재편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물리적 결합을 넘어 하나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진행된 대한항공의 주총에서는 박남규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조 회장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화물 사업의 경우 호조세가 예상되지만, 여객 수요의 회복과 함께 단기간에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 환율,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러시아 영공 통과 운항이 어려워졌지만 대한항공은 지난 50여년 간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해 온 만큼 이번에도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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