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신세계가 미술품 판매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디지털화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사업을 준비할 것을 강조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다.
지금까지는 미술 산업을 중시해온 그룹의 전통을 살리고 백화점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술품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면 앞으로는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점하는 차원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미술품 경매 사업 본격 진출
25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전날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인터넷 경매 및 상품 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신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미술품 판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신세계는 오랜 기간 미술품 사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1963년 신세계백화점 설립과 함께 '신세계 화랑'을 오픈했고, 1966년에는 국내 백화점 최초로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개관했다. 특히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본사에 미술품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인 갤리리팀을 별도로 조직했다. 이와 함께 본점, 강남점,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주요 백화점 점포에 미술품을 전시·판매하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양한 형태의 아트페어도 열고 있다. 본점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은 물론, 지역 미술계를 돕기 위한 행사도 기획해왔다. 지난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부산·경남 지역 미술계를 위해 센텀시티점에서 이 지역 갤러리 20곳의 대표작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아트페어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1위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지분 4.82%(280억원)를 인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미술품 시장이 각광받자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디지털 아트 갤러리를 오픈했다. 백화점 앱에 접속하면 누구나 무료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오는 31일에는 업계 최초로 모바일 경매를 선보인다. 이는 서울옥션과의 사업 제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서울=뉴스핌]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가치에 투자
신세계가 미술품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당장의 수익을 기대해서라기보다 미래가치에 투자하려는 목적에 가깝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당장의 수익성이 높아서 미술품 사업을 키워 나가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 사업의 매출 볼륨이 아직은 크지 않다"면서 "지금까지는 아트 마케팅으로서 투자 개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미술품 사업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영향을 꼽기도 한다. 정 총괄사장이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등 미술에 조예가 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세계 내부에서는 정 총괄사장이 디자인을 전공하긴 했으나 개인적으로 미술에 대해 남들에 비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60여년 전에 신세계 화랑을 오픈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미술 사업을 중시해온 그룹의 전통을 살리고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여유 있는 예술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매출 상승 효과도 함께 노릴 수 있는 마케팅 차원으로 신세계의 미술품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다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디지털과 M&A를 주요 키워드로 신사업 발굴에 나설 것을 강조한 만큼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오는 31일 시작되는 모바일 미술품 경매가 새로운 출발점으로 인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옥션과 향후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최근 미술품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NFT는 디지털 자산의 저작권과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하는 기술이다. 미술품 시장에서 NFT가 활용되면 이미지나 영상 등 디지털 작품도 원본 인증이 가능해져 그림처럼 사고팔 수 있는 길이 확대된다. 서울옥션과의 NFT 협력은 정 총괄사장이 추구하는 디지털과 M&A가 접목된 미래 먹거리 발굴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미술품 사업은 오프라인 유통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에 주로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한 선제적인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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