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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밤까지 이어진 화장행렬…"4일장이라 운 좋았다"

기사등록 : 2022-03-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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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봄비가 내리던 지난 25일 오후 9시 30분. 어둠이 무겁게 내리깔린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외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드물어 빗방울 소리가 유독 굵고 크게 울려 퍼졌다.

바깥 입구부터 건물 1층 출입문까지 이어지는 길옆에는 유족 주차장이 마련돼 있었다. A부터 D까지 총 4개 공간인 유족 주차장들은 약 80% 정도 차 있었다. 늦은 밤임에도 고인이 된 가족과 작별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승화원에서 가장 마지막 순서로 화장절차에 들어간 유족 200여명이 1, 2층 공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화장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모니터에는 고인 20명이 현재 화장 '진행중'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뒤이어 "화장시간은 1시간20분에서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화장이 끝나면 해당 화로 앞으로 이동해주시기를 바랍니다"는 안내 문구도 모니터에 나타났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증가로 화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서울시는 자정까지 화장장 가동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 2곳의 화장시설을 지난 24일부터 자정까지 화장로를 추가 가동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25일 오후 9시27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절차 현황. 2022.03.26 heyjin6700@newspim.com

26일 오전 0시 기준 보건복지부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승화원은 오는 29일까지 모든 회차의 화장장 예약이 마감됐다.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시설 운영 확대·변경 현황' 자료를 보면 24~29일까지는 총 15회차에 걸쳐서 화장을 진행한다. 마지막 화장시간은 오후 9시다. 30일부터는 한 회차를 더 늘려 총 16회차에 걸쳐 화장한다. 이때 마지막 화장 시간은 오후 10시다.

20년 넘게 운구 차량을 몰았다는 김모(55)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과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오늘도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나왔다. 자정이 넘어서까지 일해야 하는데 내일도 새벽에 나와야 한다"며 "원래대로라면 화장장은 오후 4시 반 정도면 끝났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계속 힘든 상황이다. 잠도 못 자고 죽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9시 40분쯤 승화원 안내데스크나 지하 식당과 매점, 2층 카페 등의 영업은 모두 마감된 모습이었다. 직원들이 퇴근해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2층 카페 공간은 유족들로 북적일 정도였다. 10개 정도 테이블에 유족들은 2~4명씩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 틈에 한 상조회사 직원은 휴대전화를 붙들고 계속해서 전화를 돌렸다. "빈소 현황 알 수 있나요?", "없어요?" 등의 말을 반복하면서 전화를 걸고 끊고 전화번호부를 뒤적였다.

장례식장 빈소에서부터 화장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6일장, 7일장을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다만 이날 만난 유족들은 승화원이 확대 운영한 덕분에 장례가 길어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장례지도사 교육생인 김모(32) 씨는 "오늘은 다행히 승화원이 한 회차를 더 운영해서 3일장만 하고 고인 분을 모실 수 있었는데, 이전에는 서울 관내에서 화장을 못 해서 인천이나 지방까지 내려가서 화장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장례식장 빈소가 없어서 집에서 하루 이틀 고인을 모시는 분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혈액암을 앓고 있던 처형이 코로나19 감염 이후 건강이 악화하면서 고인이 됐다는 유족 김수진(69) 씨는 "화장장뿐 아니라 빈소며 안치실이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우리는 비교적 운이 좋아 4일장 만에 화장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화장장 연장 운영을 한다고 하던데 그 혜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모두 '진행중'으로 뜨던 20곳의 화로 중 일부는 '냉각중', '수골예정' 등의 상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오후 10시15분, 화장이 종료됐으니 유족들은 1층 화로 앞으로 내려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대기실에 뿔뿔이 흩어져 기다리던 유족들은 고인이 된 가족의 영정사진을 들고 수골실 앞으로 모였다. 수골은 화장하고 남은 뼈를 거두는 작업을 말한다.

오후 10시50분 마지막으로 유골을 받아 든 유족들이 승화원을 떠나면서 이날 예정된 화장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heyj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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