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지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 정부 출범 후 정치 인생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인수위원장직 임기가 끝난 후 잠행을 이어가거나 외국행을 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가 곳곳에서는 안 대표가 본인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움직임이 있을 때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복귀 타이밍을 잡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일정 시점에서 당권을 차지한 후 차기 대선에 도전할 공산이 크다.
안 대표는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총리직 수락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경기지사 차출론을 놓고도 지방선거 출마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고히 했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30일 오전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실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브리핑을 갖고 있다. 2022.03.30 photo@newspim.com |
대신 안 대표는 '재충전'이란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기 위해서는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 재충전의 의미는 그가 2018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독일, 미국 외유길에 올랐던 때와는 결을 달리한다. 합당된 국민의힘에서 당권을 파고들 틈이 생길 때까지 '관망'한다는 쪽에 정가의 해석이 모아진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권에 도전하겠단 뜻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 이준석 당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안 대표는 "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일들, 정권이 안정될 수 있는 일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조금 더 국민 옆에 다가가서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중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이니 지금 당장은 그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1년 뒤면 한참 뒤다. 그동안 여러 많은 일들이 생기지 않겠나. 그것은 그 부근에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당대표 임기 종료 후 전당대회가 열릴 때는 안 대표 역시 당권 경쟁에 나설 자격을 갖게 된다. 안 대표가 경선에 참여해 검증을 받고,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면 새로운 당내 사령탑에 자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당 측은 기자와 통화에서 '재충전'에 대해 "인수위원장까지 마무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그다음에 이제 본인께서 어떤 방향으로, 일단 여의도로 돌아가 활동할지에 대한 계획을 갖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재충전의 개념을) 보기에는 어렵다. 그냥 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안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어느 나라로 떠난다거나', '언제부터 언제까지 휴식을 이어갈 것인가' 등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안 대표 본인은 원래 여의도에 계셨던 분"이라고 했다. 향후 안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타임라인상 안 대표의 재충전기는 1년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고,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 정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비전코리아 제31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3.23 photo@newspim.com |
국민의힘 내부의 목소리 역시 다르지 않다. 지금은 이 대표가 견고하지만 안 대표가 이를 한발 떨어져 바라보다 이 대표가 어떤 계기로 넘어지거나 할 때를 노릴 수 있단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유력한 총리 후보에 이름을 올렸음에도 이를 거절한 것을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 인준 절차에서 안 대표의 목숨을 붙잡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안 대표가 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는 "지선에 출마를 한다해도 워낙 프리미엄이 있는 현역들을 제치고 가야 하는 데 여기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했을 때, 안 대표는 나중에 당원들이 불러주시기만 한다면 심사숙고해보겠다. 지켜봐 달라라는 것"이라고 했다.
즉 "내각과 지선을 제쳐놓고라도 합당 후 숨 고르기를 하며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살펴본 후, 본인이 나올 수 있을 때 당권을 잡으면 된다는 것"이란 설명이다.
당이 위기에 빠져 있거나 구원자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당 일각에서 그를 찾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안 대표의 체급과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날 안 대표가 "최근만 해도 서울시장 보궐, 대선까지 두 번을 치르다 보니까 제가 더 집중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는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언급한 것에도 '충분히 숙고된' 발언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안 대표가 당장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발생할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발언이다.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당대표 자리에 노렸을 때 국민이 납득 가능한 충분한 명분 역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일단 본인이 국무총리를 일단 안 하시겠다고 고사하신 것에 입장 발표를 한 것이다"면서도 "차츰 시간을 두고 봐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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