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제도 변경하고 안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등장으로 수사권 재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후 만난 한 경찰 간부가 말했다. 이 간부는 수사권 조정 큰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내용이 자주 바뀌면 불필요한 갈등만 키워 사회적으로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도 수사권 재조정 가능성은 커졌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검찰과 경찰이 협의체를 만들어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라고 주문해서다. 지난 24일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후 인수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범죄 피해자들의 신속한 권리 구제에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며 "범죄 피해자 구제에 공백이 없도록 검경 책임수사 체제 협의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밝혔듯이 수사권 재조정 논의 명분은 국민이다. 수사권 조정 후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등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길어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사건 처리 기간은 64.2일로 1년 전(55.6일)과 비교해 8.6일 늘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2.03.30 ace@newspim.com |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졌다면 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은 수사 인력 보강 등을 모색한다. 수사권 조정 전으로 회귀하기 보다 필요한 보완책을 마련해 국민 불편을 줄인다는 셈법이다. 이는 안착하지도 않은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수사권 재조정과 함께 교통안전 정책인 '안전속도 5030'도 1년도 안 지나 다듬어질 상황이다. 안전속도 5030은 경찰이 5년 동안 준비한 끝에 지난해 4월 전면 시행한 제도다.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일반도로는 시속 50㎞ 이하(소통상 필요한 경우 60㎞), 어린이보호구역과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 아래로 제한한다. 경찰은 차량 중심 교통문화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시행 초기에는 다소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다"면서도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되므로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조성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인수위는 이 제도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모양새다.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날 인수위는 "제한속도 5030과 같이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정책은 국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탄력적 운용"을 주문했다. 이 주문에 맞춰 경찰은 일부 구간 또는 일부 시간에는 제한 속도를 풀어줄 것으로 보인다.
제도 시행 후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보완점을 찾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상황에 맞춘다는 이유로 땜질식으로 손을 대기 시작하면 제도는 누더기가 된다. 제도 도입 취지도 흐릿해진다.
자주 바뀌는 세부 내용으로 국민 혼선은 커질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세부 내용이 짧게는 2주 단위로 바뀌며 국민들은 혼란을 겪었다. 숙지하기도 전에 내용이 또 바뀌니 국민들은 우왕좌왕했다. '제도는 조만간 또 바뀐다'와 같은 불신도 생겼다. 새 정부는 '제도 변경하고 안착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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