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방치해 숨지게 만든 한 20대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아버지 B씨의 외동아들로, 약 10년 전부터 둘이 살아왔다. B씨가 2020년 9월께부터 심부뇌내출혈과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대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4월 B씨를 퇴원시켜 혼자 간병했다.
A씨는 부친이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거동할 수 없는데도 퇴원 이튿날부터 처방약을 주지 않았다. 또 치료식을 정상적인 공급량보다 적게 줬고, 약 일주일 뒤부터는 치료식과 처방약, 물을 아예 주지 않으며 B씨를 방치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따라 B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피해자의 체중은 약 39kg으로 신장(166cm)과 대비한 이상적인 체중(약 62.1kg)의 약 63%에 불과했다"며 "피해자의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피해자가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2021년 5월1일부터 이틀간 간헐적으로 피고인에게 '아들, 아들아"라고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고, 피고인은 이를 들었음에도 모른 척 했다"며 "그 후 피고인에게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피고인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온 뒤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혼자 거동이 불가능해 전적으로 피고인의 보호를 필요로 했던 아버지인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해자가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간병한적 있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피해자를 간병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 사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A씨가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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