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1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연초부터 주요 맥주 제조업체들이 출고가를 올린 영향이 유통가(街)에 일부 반영되면서 수입 맥주의 한국시장 진출로 굳어졌던 '맥주 4캔=1만원' 공식이 깨지고 있다.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크게 늘어 향후 출고가와 유통가(價)의 추가적인 연쇄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럴 경우 편의점 맥주 할인 행사가가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행사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高물가 기조에 맥주 출고가 '들썩'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리터당 855.2원으로 작년보다 20.8원 오른다. 지난해(4.1원)보다 상승폭이 크다.
맥주 과세 체계는 주류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다. 가격에 기반한 종가세(從價稅)가 적용되는 소주와 차이가 있다. 정부는 생산 원가 상승이 곧바로 반영되는 종가세와 그렇지 않은 종량세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종량세에는 물가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맥주 세금에는 직전연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20년에는 0.5%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2.5%를 기록하면서 올해 맥주 세금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세금 부담까지 늘면서 올 초 주요 제조업체들이 맥주 출고가를 올렸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카스, 테라, 하이트 등 출고가를 평균 7.7% 인상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에도 주세 인상분을 반영해 330mm병, 페트병, 업소 납품 생맥주(케그) 제품에 한해 출고가를 나란히 1.36% 올렸으나 캔맥주 가격을 인상한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약 6년 만에 처음이다.
수제맥주 전문기업 제주맥주는 앞서 지난 2월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등 6종의 자사 제품 공급가를 10% 올렸다. 수입맥주 유통기업들도 공급 가격을 인상했다. 비어케이는 지난 2월 편의점에 판매되는 칭따오, 위트비어, 스타우트 등 제품 공급 가격을 7~12% 올렸고, 디아지오코리아도 같은 시기 기네스 가격을 5~10% 인상했다.
국내 업체 가운데 클라우드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맥주 가격을 올리지 않았으나 향후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 [사진=CU제공] |
◆출고가 인상에 편의점 맥주4캔 할인가도 ↑
연초부터 맥주 출고가와 공급가가 줄줄이 인상되자 유통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편의점 맥주 할인행사 가격이다. 국내 주요 편의점들은 연초에 이미 수입맥주 4캔 할인행사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일제히 올렸다.
국내맥주의 경우 이마트24가 오는 5월부터 수제맥주 4캔을 1만1000원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SSG랜더스라거, 슈퍼스타즈페일에일, 곰표썸머에일 등 수제맥주를 4캔에 1만원에, 제주 위트에일, 페일에일 등 일부 상품을 4캔에 1만1000원에 판매해왔으나 향후 일률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3월까지는 4캔에 1만원인 상품이 일부 있었지만 4월부터는 테라와 진라거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제맥주를 4캔에 1만1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CU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코리아세븐도 5월부터 수제맥주 행사가를 4캔에 1만1000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편의점 수제맥주의 행사가 인상은 맥주 가격 상승의 상징적인 예로, 향후 추가적인 맥주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맥주 출고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유통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4캔에 1만원과 4캔에 1만1000원 사이에서 절충된 가격을 선보이는 편의점도 있는데 향후 일률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연초에 오른 출고가가 유통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편의점 맥주 가격 상승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수입맥주, 국내 수제맥주·일반맥주 가격이 모두 오른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dream7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