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당시 주가를 방어해달라는 공범의 부탁을 받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계좌로 주식을 매수한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권 전 회장 등의 5차 공판에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전직 증권사 임직원 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며 이같은 증거를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권오수 전 회장. 2021.11.16 mironj19@newspim.com |
이날 검찰은 김씨가 2012년 7월 25일 권 전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증인이 권오수 피고인에게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달라'고 보낸 문자가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네 맞다"고 답했다.
김씨는 '호가장을 보면 증인이 문자를 보내고 나서 김건희 명의 계좌로 1500주를 매수한 것이 확인되는데 당시 권오수 피고인이 증인 요청에 따라 주식을 매수해 준 것인가'라는 검찰 질문에는 "당연히 제가 부탁하니 샀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씨는 "수량이 1500주면 500만원 정도"라며 "저걸 가지고 (주가에)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2012년 8월 9일 호가장에도 김건희 명의 계좌로 1만주를 매수하는 등 김건희 계좌가 자주 등장하는데 김건희가 권오수 피고인 주변 계좌가 맞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매매 내역에 이름이 안 나와서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김 여사 계좌를 이용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도한 내용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김 여사 명의의 DS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6000주가 매도됐다.
김씨는 블록딜 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매수인이 주식을 싸게 사기를 원했고 장중에서는 싸게 할 수 없으니 블록딜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식을 팔아달라고 한 주체는 권오수 피고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보석을 신청한 권 전 회장 등 피고인 3명에 대한 보석 심문도 진행됐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관계자와의 접촉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고 권 전 회장도 "전혀 접촉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의 추가 의견서를 받아보고 최종적으로 보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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