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상 릴레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오리온이 9년째 포카칩 등 주요 스낵 가격을 동결해 주목된다.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음에도 여전히 2013년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올해는 국제 밀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등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져 오리온이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 인상을 둘러싼 업체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상시기와 인상 폭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발 정도, 판매량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3년 가격 그대로 유지하는 오리온...올해 가격 동결 가능성은?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이달부터 빼빼로, 스크류바 등 일부 초콜릿 및 빙과류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제품 빼빼로는 권장소비자가격 기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빈츠는 2400원에 2800원으로 인상했다. 지난해 9월 카스타드 등 과자류 11종 가격을 평균 12.2% 인상한데 이어 올해도 일부 제품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농심도 지난 달 새우깡 등 스낵 가격을 3년여 만에 올리면서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출고 가격 기준으로 꿀꽈배기, 포스틱, 양파깡 등이 6.3%, 새우깡은 7.2% 올렸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크라운해태홀딩스 관계자는 "당장 인상계획은 없지만 원자재,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원가압박이 심해져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8월 홈런볼 등 11개 제품 가격을 올렸으며 크라운제과는 2019년 이후 가격을 동결 중이다.
사진=오리온 |
경쟁사들이 잇단 인상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오리온은 9년째 포카칩 등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오리온은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6.8%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하며 신장 추세여서 가격 동결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와 베트남법인의 제품 가격을 유지하겠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리온은 러시아, 중국 등 해외법인에서는 각각 7%, 6~10%가량의 가격 제품가격을 인상한다고 했다.
생산과 물류의 데이터 기반 재고관리, 글로벌 통합 구매관리, 비효율 제거 등 효율적 원가 관리 등 각종 비용 효율화 작업으로 제조원가율 상승 폭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관련해 오리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5.8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매출액은 2조355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85% 소폭 감소했다.
다만 올해도 오리온이 국내 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곡물, 유지류 등 원재료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던 러시아법인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러시아법인은 현지상황에 따라 지난달 말 초코파이 등 일부 제품 가격을 20~25% 인상했다"며 "아직까지 국내와 베트남 법인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은 글로벌 법인을 통한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국내 경쟁사 대비 가격 동결 여력이 있다"며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부자재, 물류비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 (가격 동결 상태를) 오래 버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인상 눈치싸움 치열...2분기에도 상승세 지속될 듯
비단 제과업계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라면, 우유, 음료, 치킨 등 가격이 오른데 이어 올해에는 커피를 시작으로 햄버거, 빵, 맥주, 소주, 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오르면서 상승기세가 더욱 거세졌다.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을 지목한다. 밀가루, 유지류 등 원자재와 인건비, 물류비까지 상승하면서 비용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4.82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월 대비 8.4% 오른 것으로 2020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04.04 romeok@newspim.com |
가격인상을 둘러싼 업체들의 눈치싸움도 전개되고 있다. 통상 가격인상 총대를 멘 업체는 소비자들의 반발을 뒤집어쓰기 쉽고 인상률과 인상시기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맥주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지난달 맥주 가격 인상안을 5일 간격으로 발표했으며 인상률은 7.7%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치열한 경쟁구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인상 대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업체들도 있다. 지난해 말 교촌치킨, bhc 등 치킨업체가 각각 8.1%, 7.8%가량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당시 경쟁사인 bbq는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밝히면서 가격 메리트를 강조했다. 또한 지난달 CJ제일제당과 동원F&B가 각각 '비비고'와 '양반'브랜드의 가정간편식(HMR) 국·탕·찌개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오뚜기는 해당 제품군의 가격 인상을 일단 미뤘다. 추후 상황을 지켜본 뒤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식품 가격 상승은 올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상되지 않은 품목에 대해 매월 인상 여부를 검토할 정도"라며 "원재료, 물류비, 인건비 등 안 오른 것이 없을 정도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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