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여기는 실밸'은 돈과 인재가 몰리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VC)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망한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을 브리핑 해드립니다. '여기는 실밸'에서 실리콘밸리의 최신 산업 트렌드 및 기업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스타트업과 최신 기술기업들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고 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한데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높은 세율도 한몫했다.
오히려 투자자와 기업가들은 캐나다의 토론토와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과 마이애미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며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는 차세대 기술 허브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으며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뉴스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IT 기업 사무실. |
◆제2의 전세계 기술성지된 토론토...기업 투자 열풍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지를 떠나 캐나다 토론토에 집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2월 말에 토론토 시내의 50층 유리 타워 꼭대기 근처에 4개 층의 새로운 사무실 공간을 열었다. 이미 애플(APPL)과 아마존(AMZN)은 길 바로 아래에 빌딩이 있었고, 구글(GOOG)은 비슷한 위치에 새 건물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다른 소셜미디어 회사인 핀터레스트도 근처에 새 사무실 공간 3개 층을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결제 회사인 스트라이프도 곧 입주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이곳에 인공지능(AI)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토론토는 지역 대학, 정부 기관 및 비즈니스 리더의 수년간의 투자와 캐나다의 자유주의 이민 정책 덕분에 이제 북미에서 세 번째로 큰 기술 허브가 되고 있다. 부동산 회사인 CBRE에 따르면 이곳은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워싱턴 DC보다 더 많은 기술 근로자들이 밀집됐으며, 뉴욕과 실리콘 밸리에 이어 다음으로 관련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토의 매력은 다른 도시와 달리 이같은 추세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있다. 멕시코시티,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인구가 약 300만 명, 대도시 지역에 600만 명이 넘는 북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며 기술에 대한 이해도 깊다. 예컨대 캐나다 전자 상거래 회사인 소피파이와 많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위해 토론토에서 뿌리를 내렸다.
토론토에는 토론토 대학과 워털루 대학 등이 있어 인재풀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토론토에 있는 인재들은 과거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최근에는 토론토에 머무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대외적으로는 지역 기관들이 기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타리오주는 최근 회사가 고용 계약에서 경쟁 금지 조항을 시행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 하고 직원들이 자신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도록 장려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또 토론토 대학교는 지역 비즈니스 리더들의 1억 달러 기부로 AI 및 생명 공학 회사를 수용할 복합 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벤처 캐피털 회사인 인덱스 벤처스의 파트너인 마이크 볼피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토론토의 장점을 설명하며 "모든 사람들이 마이애미가 낮은 세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차세대 기술 허브로 지목하지만,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 대기업들이 토론토에 온 이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재비용의 이유도 크다. 채용 웹사이트 하이어드에 따르면 2020년 토론토의 평균 기술 연봉은 11만7000캐나다 달러(미국 9만 달러)였으며 실리콘 밸리의 평균 연봉은 16만5000달러였다.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서 급여도 오른데다 필요한 인재를 고용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토론토 로이터=뉴스핌] 캐나다 토론토의 빌리비숍국제공항의 모습. |
이에 토론토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회사들은 인재 풀 성장에 베팅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 2월 토론토에서 1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고용해 캐나다 인력을 3배로 늘렸다. 이어 또 다른 대기업인 도어대시, 이베이, 핀터레스트도 토론토에 인력을 늘려 유사한 기술 허브를 구축했다.
스타트업의 투자도 만만치 않다. AI 트레이닝 회사 세레브라스와 미국 펩리스 스타트업 그록과 AI기반 신약발굴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리커전 파마수티컬스도 이곳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물론 토론토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실리콘 밸리에 비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리서치 회사 트랙슨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에 투자자들은 실리콘 밸리 기술 스타트업에 13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토론토에서는 그 수치가 54억 달러였다.
베이 지역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미스터 볼피는 "궁극적으로 기술 허브를 이끄는 것은 기술 인재이며, 돈은 인력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낮은 법인세와 세금' 텍사스도 급부상...탈(脫)실리콘밸리 여전히 진행중
미국 텍사스주도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인재를 빨아 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본사를 텍사스주로 옮겼으며, HP도 본사를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겨간다.
또 메타도 텍사스주의 대규모 신축 빌딩(66층)에 사무실을 임대할 예정이며,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도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이전한다. 이외에도 애플과 구글 등은 텍사스주에 직원을 이주를 돕거나 채용을 활발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은 1990년대부터 '실리콘힐즈'라는 별명이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2020년 11월에 35개 주요 기업들이 텍사스의 오스틴으로 이전했거나 신규로 거점을 개설했다. 텍사스주는 캘리포니아에 비해 생활비가 싸고, 부동산 가격도 낮다. 또 기업에 대한 적은 규제와 낮은 세금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높은 물가로 악명 높다. 실리콘밸리에 거주자들은 여전히 집값과 생활비가 큰 문제로 꼽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전제에서 주택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실리콘밸리가 꼽혔으며, 임대료는 지난해 기준 전년동기 대비 12% 오른 3930달러였다. 또 대형마트의 채소나 과일 가격은 같은 캘리포니아 도시인 LA나 샌디에이고보다 많게는 20%씩 높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즈(FT)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전성기에는 기술 엔지니어들이 실리콘밸리를 점령했지만, 2012년 이후 급상승한 주택 비용과 높은 생활비, 매년 발생하는 산불 연기 등 환경들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없게 됐다"며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에 이어) 뉴욕 맨해튼의 실리콘앨리(IT대기업과 스타트업 거점)와 텍사스 오스틴에 상륙했으며 또 기술 친화적인 마이애미에서 인재를 구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