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만삭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의 보험금 지급 관련 법정 공방 2라운드가 시작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남성민 부장판사)는 7일 남편 이모 씨가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삼성생명 본사 외관 [사진=삼성생명] 2021.11.29 tack@newspim.com |
삼성생명보험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은 사고 발생 전부터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이라는 존재여부가 확정됐기 때문에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씨가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단절해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경제적 사정에 비해 고액의 보험료를 불입했으며, 아내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을 10개 넘게 가입했으면서 가입하지 않았다고 허위진술했고, 보험을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가 났다"며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이 인정돼 민법 제103조에 따라 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측은 "원고가 졸음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고의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보험 약관상 면책이 된다"며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차량이 흔들림 없이 주행되는 장면과 앞숙임 현상이 있었던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졸음운전이 아닌 급제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망보험계약의 경우 피보험자가 진정한 의사로 서면에 동의해야 한다"며 "당시 피보험자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보험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림을 그리듯 서명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씨 측 대리인은 "지난 2014년 8월에 사고가 발생해서 재상고심까지 무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쟁점에 대한 다툼이 있었고 결국 신중한 분석과 판단에 의해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며 "새롭게 제출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원고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혼인과 출산에 따른 부양의무를 가지면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보험을 가입했다"며 "망인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만을 가입했다거나 해당 보험료가 다른 보험들에 비해 고액인 것도 아니었고 보험금에 대한 부정한 목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망인은 2008년 원고와 결혼 후 생활용품점에서 함께 일하면서 손님을 응대했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됐다"며 "한국어 시험을 통과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망인이 보험가입의 의미가 뭔지도 모를 정도로 무지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원고는 보험계약에서 약정한 대로 수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했는데 정작 사고가 나자 피고는 계약이 무효라면서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며 삼성생명 측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망인에 대해 사망 보험금 외에 상해나 질병으로 인한 보험금도 지급된 사례가 있는지, 캄보디아에 있는 망인의 가족들은 어떤 입장인지 등을 정리해서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5월 26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캄보디아 국적의 만삭인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살인과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죄에 대해서는 금고 2년형을 확정받았다.
살인 혐의를 벗은 이씨는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삼성생명이 이씨와 이씨 자녀에게 각각 2억여원과 6000여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삼성생명 측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이씨는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30억원대 사망보험금 소송에서는 패소한 상태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의 아내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을 해 보험 계약에 흠결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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