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새 재판부에 반성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임 전 차장은 또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피고인으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20년 9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은 공소사실을 낭독한 뒤 "공소제기일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지연되면서 3년 6개월이나 지났다"면서 "신속한 공판진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공소사실에 대한 사실적, 법리적 주장은 차후 다른 기회에 상세히 설명드리겠다"면서 사건에 임하는 자세와 심경에 대해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지난 30년간 스스로 담당 업무를 열정과 사명감 갖고 수행했고 부족하지만 법원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다했다"면서 "하지만 법원행정처에서 제가 최선을 다했던 그 모든 업무적 노력과 성과가 재판 거래 사법농단으로 치부되는 준엄한 법원 내부의 평가는 피고인으로서는 그저 엄혹하기만 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30년 이상 법조인으로 살았고 재판업무를 담당할 때는 항상 사고의 내면에 법과 원칙, 법조적 양심이라는 객관적, 보편적 잣대를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사법 행정업무에서는 그와 달리 목적 지향과 성과 지향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은 "이 사건이 주관적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재판이 외부의 영향을 받아 불공정할 수도 있다는 사법 불신 초래하고 사법부 구성원들에게도 크나큰 상실감과 좌절감을 준데 깊이 반성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동료 법관과 법원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도록 피고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재판부께서도 향후 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어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깊은 배려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8년 기소됐지만 전임 재판장이었던 윤종섭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러다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 구성이 변경되면서 기피신청을 취하했고 재판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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