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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만큼 출자금 더내라'...배달의민족·쿠팡, 공제조합 설립 놓고 비상

기사등록 : 2022-04-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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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적자에 출자금 부담까지 겹치면 배송료 인상 불가피
정부, 공제조합 설립 시점 빠르면 올해 목표
플랫폼 업계, 인수위에 지원 정책 마련 요구할 것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배달의민족과 쿠팡이 정부의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매출 규모가 높은 배달 플랫폼 업체 순으로 공제조합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을 더 많이 내라고 독려하는 탓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공제보험 전문 컨설팅 기업 위맥공제보험연구소는 이륜차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 목표를 140억~180억원 수준으로 정하고 배달의민족 및 쿠팡 등의 음식 배달 플랫폼 업체들과 재원 마련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공제조합 출자금은 이륜차 배달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 개발과 공제조합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에 20억원 규모로 예산 편성을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이를 거절하면서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된 모든 재원은 음식 플랫폼 업체 스스로 마련한 것을 요청한 상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달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들이 '배달하다 죽지 않을 권리 신 정부에 요구한다! 배달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07 hwang@newspim.com

국토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 편성에 실패하면서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해 당장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자금을 통해 공제조합을 설립하면 이후 조합 설립을 근거로 기재부에 관련 예산을 재차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공제조합 설립 취재에 공감하지만… 적자 상황에서 출자금 자체가 부담

배달의민족과 쿠팡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비상이다. 공제조합 설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큰 이륜차 배달업 특성상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출자금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는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94.3% 증가한 2조8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644억원 증가한 756억원을 기록해 부진을 겪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인건비(배달비용 등)로 지불한 금액이 전체 매출의 28%에 달하는 5700억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출자금 자체가 손실이 되는 셈이다.

상황은 쿠팡도 다르지 않다. 쿠팡은 지난해 22조9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냈지만 인건비 지출 역시 역대 최대치인 4조7230억원으로 증가해 영업손실로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목표로 정한 기존 유상운송용 보험 대비 15% 저렴한 신규 상품을 개발하려면 출자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쿠팡 등이 출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배송요금을 소폭 상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유상운송용 보험은 배달 종사 도중 사고가 났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이는 나이와 사고 유무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만큼 보험료가 가정용 보험 대비 수백배 이상 높은 300~500만원에 달한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정부의 출자금 목표가 2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 정도로도 기존 보험 대비 15% 이상 저렴한 상품 개발이 불가해 플랫폼 업계는 출자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배달의민족이나 쿠팡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이전에 없던 비용(출자금)을 새로 지출하라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제조합 빠르면 올해 설립...플랫폼 업계 인수위에 지원 정책 마련 당부할 것

정부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려가 크지만 공제조합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목표는 연내 공제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조만간 공제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이사장을 선임해 이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륜차 배달 시장이 코로나19 대확산 영향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고 발생률도 크게 늘어 유상운송용 보험 가입을 통해 피해 규모를 낮출 필요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배달 플랫폼 업체들은 조만간 인수위에 공제조합 설립과 관련된 지원책 마련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노동계를 만나는 것은 대선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22.04.15 photo@newspim.com

정부가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 외에도 공제조합 출자금을 활용한 이륜차 라이더 대상 적금형 이륜차 구매 상품(가칭)을 준비 중인 가운데 기업의 부담이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유상운송용 보험 상품이 민간 유상운송용 보험 대비 기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보험 인하 기준도 명확히 정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이륜차 종사자들의 보험 가입률이 낮아 사고발생률이 높은 만큼 시장 환경과 별개로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륜차 배달 업계가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손해보험협회 등과 협력해 접근성이 좋은 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국내 이륜차 사고 건수는 2016년 1만8982건에서 2020년 2만1258건으로 늘어 5년 새 120.7% 증가했다. 반면 유상운송용 이륜차 보험 가입률은 올해 2월 기준으로 19%에 그치는 수준이다.

dconnec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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