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정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규제조치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도 안지 못하고 있어 속이 타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를 비롯해 일본, 영국 등이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인사와 만날 때마다 철강 232조 재협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협상 절차조차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셔터스톡] |
특히 미국 측이 한국은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쿼터제를 타결해 적용받고 있다는 점을 들며 당장의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크리스토퍼 델 코소(Christopher Del Corso) 주한미국 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철강 232조치의 개선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트럼프 정부 시행 후 한국 쿼터제 적용 중…미국 '선긋기'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이 자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한 수입품에 대해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1962년 제정돼 1979년 이란산 원유와 1982년 리비아산 원유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의 근거 조항으로 쓰였고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후 사실상 사문화됐다.
하지만 지난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10~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2018년 3월 8일 서명하고 23일 이를 시행했다.
한국은 철강에 관세를 부과받는 대신 연간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3년 평균 수출량의 70% 이내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받기로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정부가 주요 동맹국들과 철강 분쟁을 해소하자 한국 정부도 쿼터 적용과 관세 개선을 위한 협상 재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달 23일(현지시간) 한국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쿼터제)에 대한 재협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들(한국)은 미국의 전 정부와 쿼터 조정을 통해 일종의 타협을 했다"며 "따라서 재협상은 우리에게 높은 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도 같은 달 16일 SK실트론 미시간 공장 증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분간 한국과 철강관세 협상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지난 5월 첫 문제 제기…개선 협상 요구에도 개시 여부 '오리무중'
미국이 단호하게 한국과 당분간 재협상은 없다고 밝히면서 산업부는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10월 EU를 시작으로 올해 2월과 3월 일본과 영국도 미국과 철강 232조 합의하면서 철강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계은 경쟁국의 미국 철강 232조 합의가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철강 232조 쿼터'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철강 232조에 대한 국내 철강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협상 테이블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측에 철강 232조 관련 문제제기를 처음한 시점은 지난해 5월이다.
[서울=뉴스핌]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10년, 한국과 미국의 굳건한 경제 동맹'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 에 앞서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한-미 양국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2.03.16 photo@newspim.com |
지난해 11월 미국이 일본과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미국측에 재개 협상 요청에 나섰다. 현재까지 정부가 미국 현지를 찾거나 화상회담을 통해 협상 개시를 요청한 것만 10여 차례가 넘지만 여전히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제자리 걸음이다.
이날도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 대사대리와 면담을 갖고 철강 232조치의 개선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에 대한 철강 232조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이슈가 그간 고위급에서 수차례 논의되어 온 사안인 만큼 미국 대사대리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미측이 232조치 관련 EU, 일본, 영국 등과 진행한 우선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경제·안보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도 조속히 232 조치 개선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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