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2일 북한이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을 공개한 의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영향력을 과시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이날 북한의 발표 내용을 분석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남북 정상이 친서를 통해 덕담을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북한이 이 같은 친서 내용을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퇴임 후에도 남북정상선언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 화해 메시지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간주하면서 대북 '선제타격'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한 윤석열 당선인의 대북 강경 입장을 대조시킴으로써 한국사회의 남남갈등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도를 분석했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밝혔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만나는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
특히 정 센터장은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남북 정상 합의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도 않는 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남북정상의 친서 교환 내용을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공개하지 않고, 외부세계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것도 남한사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해석했다.
또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았고, 시진핑 주석과도 구두 친서를 교환했다면서 북·중 우호 관계와 대미 영향력을 의도적으로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현재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보낸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퇴임 인사를 전하면서 핵실험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냈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9월 문 대통령에게 따뜻한 친서를 보냈지만 그것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되지는 않았고 정상 간의 '따뜻한 안부 인사'는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기대 과잉과 실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정 센터장은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정부는 이명박정부 시기부터 문재인정부까지 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되어왔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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