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에 반발하는 검찰의 여론전에 경찰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검수완박 반대 논리를 내놓는 검찰이 '무능한 경찰과 이를 바로잡는 검찰' 프레임을 깔고 대국민 여론전을 한다는 불만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지만 자칫 검찰과 경찰 간 갈등으로 비칠까 우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경찰들은 검수완박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내는 것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이구동성으로 검찰의 대국민 여론전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검찰에서 경찰은 잡범을 잡고 금융범죄와 같은 전문 영역은 검찰이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경찰도 금융범죄수사대, 반부패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 등 전문수사대가 있고 경찰청에는 중대범죄수사과가 있다"며 "경찰 수사 능력이 검찰보다 없다고 깔고 가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일선 경찰서 수사경과의 한 경찰관은 "검찰이 수사 잘한 것만 나열해도 될텐데 경찰 무능 프레임을 잡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검찰은 연일 간담회를 열고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검수완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3일 김오수 검찰총장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반부패강력부와 형사부, 인권정책관실, 공공수사부, 공판송무부, 과학수사부 등 부서마다 법조 출입기자단 상대로 간담회를 이어갔다. 문제는 경찰 수사력을 비판하는 식으로 검찰 몸값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사진=김아랑 기자] |
예컨대 검찰은 최근 '가평 계곡 이은해 살인 사건'도 경찰이 종결해 묻힐 뻔했고 '경찰이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역시 검수완박이었으면 묻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지난 13일 내놓은 'Q&A 자료집'에서 검찰이 지난해 잘못된 경찰 수사 2만여건을 바로잡았다고 공개했다.
대검 형사부는 '검찰 보완수사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송치 사건에 대한 검사 역할을 경찰 과잉수사가 아닌지 부실수사로 피해자 구제가 미흡한 것은 아닌지 등을 밝히고 시정해 국민 권익을 보호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과 자료 밑바탕에는 '무능한 경찰'이 깔려 있다는 게 경찰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모두 부족한 게 있는 게 사실이고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경찰이 수사를 잘못했고 검찰이 이를 바로잡았다고 하는 것은 경찰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경찰청은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일절 내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검찰과 정치권이 충돌한 상황에서 경찰까지 참전하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수사 분야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검찰 여론전에는 대단히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경찰까지 가세하면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자칫 검찰과 경찰 충돌로 비칠 수 있어서 얘기는 더 안하겠다"면서도 "실제 대부분 수사는 경찰이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도 신중한 모습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으로 국회 논의를 지켜본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하는 경찰 본연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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