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군 복무 중 질병·부상으로 전역하는 군인은 연평균 1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상이등급을 받은 제대군인의 경우 국가로부터 보상금 및 연금을 받을 수 있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게다가 상이등급조차 없는 경우 모든 책임은 온전히 개인과 가족의 몫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청년 부상제대군인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등급심사를 준비 중인 청년, 비유공자 청년 등 보훈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보듬겠다는 취지다. 뉴스핌은 '국가無공자'라는 주제의 기획시리즈물을 통해 부상제대군인 사업의 현주소와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채명준 인턴기자 = 전국 최초로 국가유공자가 아닌 '청년 부상제대군인'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사업은 보훈보상·예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새 사업의 시행 주체로서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서울시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자료=서울시] 서울시 청년부상 제대군인 지원 사업 내용 |
서울시가 지난 3월 25일 시작한 '청년 부상제대군인 지원사업(청년군인사업)'은 보훈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보훈보상과는 달리 '군 복무 중 부상당한 기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법률상담 ▲심리재활 ▲자립역량 강화 ▲예우강화 등 모든 지원사업을 이용할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비유공자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하고 이들에게 법률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청년군인사업은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여전히 부상청년들의 희생에 합당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복잡하고 고비용인 '행정소송' 지원까지 사업 확장해야
현재 법률상담 부분은 보훈등급 신청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신청 과정에서의 법률적 지원을 해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상이군인들이 좌절하고 비용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영역은 이의제기, 등급변환 요청 등의 '행정소송'이다.
[서울=뉴스핌] 복잡한 국가공유자 행정소송 절차 채명준 인턴기자 = 2022.04.25 mrnobody@newspim.com |
행정소송 전문 법무법인의 A법무팀장은 "갈수록 국가유공자 인정 기준이 까다로워져서 요새는 소송 승소율이 10~15%밖에 안 된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사건들 대부분이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것들인데 이럴 경우 법률 지원이 필수적이고 다소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제각각이지만 한 건에 평균 400만원 정도이며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비용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상훈 서울 사회복지 공익법센터장(변호사)은 "행정소송까지 사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선 의료전문가 등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라며 행정소송 지원이 현재로선 어렵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은둔 청년 지원할 전문 컨설턴트 양성 필요
가장 보강해야 할 부분은 '자립역량 강화'다. 현재는 일자리 프로그램 참여에 우선권을 부여하고 보훈대상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이는 마음의 상처, 사회적 시선 등의 이유로 은둔 생활을 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훈대상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전담하는 컨설턴트가 집중·밀착 관리하며 이들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시켜야 하고, 아울러 체계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적립해야만 부상청년들의 원활한 사회복귀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보훈복지라는 것이 결국 장애인 복지와 긴밀하게 연계된 것"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장애인 보호작업장 제도와 같은 장애인 복지가 강화되면 부상청년들의 사회 복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낮은 보편적 복지수준이 보훈 사각지대 초래해"
한편 부상 청년들을 지원하는 데 있어 지자체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긴밀히 소통해서 이 사업을 전국적 모델로 발전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OECD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국의 사회복지 예산 비중 채명준 인턴기자 = 2022.04.25 mrnobody@newspim.com |
또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보편적인 복지수준이다. 보훈복지라는 것이 기본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 않으니까 더 민감한 이슈가 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현재 정부예산의 12% 정도에 불과한 복지예산을 서유럽 수준으로 올려 복지를 확충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복지수준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군인사업이 전국 최초인 만큼 기대도, 지켜보는 눈도 많다. 서울시의 사업 성공 여부가 정부는 물론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한 지자체가 단독으로 정책을 치고 나가서 다른 지자체의 롤 모델이 된다면 정말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공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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