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방어에 주력했던 미국과 서방 동맹들이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의 위협으로 부상한 러시아의 힘을 꺽어놓겠다는 공세 전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핵 전쟁 위협 언급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러시아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하겠다고 강조했다.
밀리 의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핵전쟁과 3차 대전 위험까지 언급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을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군이 동맹·파트너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러시아의 핵위협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말리 의장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지난 1945년 수립된 국제 안보 질서가 위태로워졌다"면서 "이 국제 질서는 78년간 지속됐고 큰 전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질서를 통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군사적으로 침략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이번에 그것을 흔들어놨다고 지적했다.
말리 의장은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불안정성이 심각하게 증대하는 시대로 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를 약화'시키는데 미국과 동맹국들이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온전한 영토와 정부가 존속하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우크라이나"라면서 "여기에는 약해진 러시아가 포함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함께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다음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러시아가 약화되는 것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던졌다.
최근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 총공세를 계기로 기존의 방어용 무기 지원에서 탈피해 야포와 공격용 무기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8억달러 군사 장비 추가 지원을 발표했고, 미 국방부는 이번 지원에는 야포와 포탄, '피닉스 고스트' 전술 드론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돈바스를 사수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기 위해 155mm 곡사포 18기와 옛소련제 Mi-17 수송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등을 보냈다.
영국 등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야포와 중화기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따라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이 단순히 우크라이나 방어를 넘어 유럽과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는 러시아의 야욕을 이번 기회에 꺽어놓으려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독단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강력한 견제와 '거세'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경제와 집권층에 대한 고강도 제재와 대러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을 통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의 힘을 빼놓는 전략적 대응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더 이상 그 남자는 권좌에 계속 남아선 안 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 이같은 발언이 러시아의 정권 교체 추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후회하지는 않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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