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면세품 중개업체들의 수익을 고(故) 조양호 전 한진 회장의 증여로 본 과세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조양호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자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사장이 각 관할 세무서장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 [사진=각사] |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조 전 회장 가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 전 회장이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중개업체들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해당 업체들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이 고문과 자녀들에게 증여했다고 봤다.
이에 관할 세무서장들은 중개업체들의 수익에 관한 증여세(가산세 포함)로 이 고문에게 6억7100만여원, 조 전 부사장에게 51억9800만여원, 조 회장에게 25억2900만여원, 조 사장에게 38억8400만여원을 각 부과했다. 또 조 전 회장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를 과소신고했다며 부가가치세 8900만여원과 종합소득세 16억4000만여원을 각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
조 전 회장과 가족들은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그 사이 조 전 회장은 사망했다. 이후 가족들은 지난해 2월 자신들이 해당 중개업체들의 실질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증여에 관한 세금 부과는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관련 법리에 비춰 살펴보면 조 전 회장은 가족들의 자금원 마련을 위해 재산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정석기업 대표) 원종승 씨에게 중개업체들의 설립을 지시한 뒤 사업자 명의를 원씨와 가족들의 공동명의로 했다"며 "해당 업체들의 실질적인 사업자(소유자)는 조 전 회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씨는 조 전 회장에게 해당 업체들의 중요사항에 대해 보고하고 승인을 받은 반면 조 전 회장의 가족들은 높은 출자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들의 사업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사실상 사업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조 전 회장으로부터 가족들에게 중개업체들의 이익이 이전된 것은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재산이전의 실질은 직접적인 증여를 한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며 이 고문 등이 중개업체들로부터 지급받은 가지급금이 증여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조 전 회장은 종합소득세를 단순히 과소신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 명의의 중개업체들을 통한 적극적 은닉행위를 통해 각 세무서장의 조세 부과 및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전 회장의 과소신고 행위를 부정행위로 보고 장기부과제척기간(10년)과 부정과소신고가산세를 적용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며 조 전 회장에게 부과된 종합소득세를 취소해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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