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이 대장동 사업 성공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당시 성남시장 재선 당선을 함께 논의한 정황이 법정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재명 전 시장의 재선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될 만한 발언을 내뱉었다. 마치 경찰과 검찰이 그들의 뒤를 봐주는 듯 해석될 만한 내용인 만큼, 검경의 신뢰까지 뒤흔드는 모습으로 읽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정영학 회계사, 남욱·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2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지난 2013년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간의 전화통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재생됐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파일은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 회계사에게 전달한 내용이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어떤 방법으로든 성공시켜야 한다"며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대장동 사업)을 그 전에 터뜨릴지 그 후에 터뜨릴지 고민해서 어떻게 하면 너도 돈벌이가 되고,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장님 재선을 위해 도움이 되는지 서로 상의하자"고 유 전 본부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님을 어떻게 우리가 당선시킬 것이냐에 포커스를 무조건 맞춰야 한다"며 "아무도 모르게 선관위쪽 라인을 한번 대봐라"고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총괄하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에게 큰 수익이 돌아가도록 수익금 배당 구조를 짠 혐의를 받고 있다. 2021.10.03 yooksa@newspim.com |
남 변호사는 "검찰 라인은 만배형(김만배), 경찰 라인은 재창(정재창)이가 하고 있다니까 관리 잘하고 선거 때까지 은밀하게 너 혼자 선관위쪽에 사람 한명만 붙여놔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절대 시장님이 배신 못하게끔 만들 테니까 그런 걱정하지 말고"라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김만배씨 등과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꼽힌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당시 시장직 인수위 간사로 참여했으며, 2014년 재선을 앞두고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퇴사하고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또한 녹음파일을 통해 부동산 컨설팅업자인 정재창 씨와 대장동 관계자들 사이의 갈등 국면도 상세히 드러났다. 정재창씨는 대장동 개발 초기 남 변호사와 동업자였지만 나중에는 유 전 본부장에게 뇌물을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인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다른 스트레스는 감당하겠는 데 재창이는 자신 없어요"라면서 "틈만 나면 이상한 소리 해대고 '나는 정보 다 공개하니까 너도 다 공개해'이런 식이다. 이제 와서 정보 가지고 힘겨루기 할 것도 아니잖아"라며 정재창 씨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최근 유 전 본부장의 구속 기한은 최장 6개월 연장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달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3일 구속돼 같은달 21일 기소됐다.
이날 검찰은 지난 2013년 3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직후 김만배 씨와 정 회계사 간의 전화통화가 담긴 녹음파일도 재생했다. 해당 파일에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언급한 내용이 담겨 있다. 최윤길 전 의장은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주도한 인물이다.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애들은 의장님한테 잘하냐? 욱이(남욱 변호사)는 안봐도 딱 붙어있을거고"라고 말하면서 "이제 대장동 키는 의장님이 완전히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고 말했다.
또한 최윤길 전 의장에게 로비를 해야 된다는 아이디어를 유 본부장이 제기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남 변호사는 "본인을 쪼아서 의장님이 만드는 모양새로 해드려야 의장님도 신이 나서 자꾸 도와주실 것이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유동규 본부장 아이디어이다"고 말했다.
강한구 전 성남시의회 의원을 언급하는 통화내용도 드러났다. 김씨가 "한구 형 부분은 내가 처리하겠다"고 하자 정 회계사는 "그게 맞는 것 같다"며 "10억, 20억 가져가서 거기서 정리를 하셔야 한다. 대신에 나중에 그쪽에서 문제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은 지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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