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 기념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군사 위협에 따른 대응이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다만 일각에서 예상했듯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핵 위협을 가하는 최후통첩이나 전면전을 선포하지 않았으며, 종전과 같은 출구 전략을 모색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장 핵전쟁 등으로 비화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가 향후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관중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2.05.09 wonjc6@newspim.com |
5월 9일은 러시아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승전 기념일로, 모스크바에선 매년 전승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열린다.
앞서 서방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특수군사작전'이라는 용어를 버리고 전면전을 선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지난달 29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내에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승절에 이런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가 9일 공식적으로 선전포고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러시아군은 전장에서의 전략적 실패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선전 활동을 두 배로 늘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서방의 위협 탓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확전의 신호는 보내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은 "서방이 우리 국경 근처에서 위협을 가하며 우리 영토를 침략하려 준비했기 때문에 필요했다"며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또 러시아가 지난 12월 서방 세계에 안보 보장을 제안하고 합리적인 타협안을 찾기 위한 정직한 대화를 요청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우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토가 사실상 다른 계획을 갖고 있었으며 크림반도를 포함해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인 돈바스에 대한 침공이 준비 중이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방의 탓으로 돌리며 정당화 하는 이같은 발언은 지금까지 푸틴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며, 이날 연설에서는 지금까지와 특별히 다른 기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일각에서는 전쟁에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푸틴이 이날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낙관적 관측도 나왔으나 종전을 암시하는 발언도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이날의 연설과 관련해 CNN의 국제외교 전문가인 닉 로버트슨은 "푸틴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담겨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각에서 우려하듯 당장 핵전쟁으로 비화하지는 않겠지만, 일부에서 낙관하듯 당장 종료될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당분간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