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제를 희생하면서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고강도 방역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고조되는 한편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 경우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 상황이다.
[상하이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현지시간 10일 중국 상하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방역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 2022.05.11.wodemaya@newspim.com |
◆ WHO "전략 바꿀 때" vs 中 전문가 "150만명 사망할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방역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 시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바이러스 양태와 우리가 예상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제로 코로나)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국 전문과들과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그러한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바이러스와 싸울 더 좋은 수단이 있다"며 중국의 전략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WHO가 공개적으로 중국 방역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은 그간 보여준 친중 성향의 논조와 상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017년 1월 선거에서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상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된 이후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 감싸기'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WHO는 당초 코로나19 발원지를 중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간주하고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고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역 대학교의 교수 20여 명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공개 서신을 통해 상하이 봉쇄 기간 시행된 일부 정책이 법치주의에 모순된다면서 상하이시에 과한 전염병 방역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을 강제로 격리소로 보내는 행위는 모두 불법으로 중지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독성이 크지 않은 바이러스인 만큼 과도한 방역을 막아 득보다 실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의 공개 서신은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으나 결국 검열에 의해 삭제됐다.
교수 20여 명 가운데는 중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중국공산당 당원이기도 한 퉁즈웨이(童之偉) 상하이 화둥華東)정법대학교 헌법학 교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퉁 교수는 2020년 우한 봉쇄 기간 동안 46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웨이보(微博)에 의료 지원을 요청하는 지원하는 주민 글을 공유했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에 '제로 코로나'의 위헌성을 언급한 공개 서신을 올린 이후 퉁 교수의 웨이보 계정은 삭제됐다.
반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 만큼이나 정책 고수를 옹호하는 입장도 상당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봉쇄 조치를 중단할 경우 150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1일 SCMP는 중국 푸단(複旦) 대학교가 유명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 중국이 봉쇄를 해제할 경우 1억1200만 명이 감염되는 '쓰나미'로 이어지고 입원환자만 51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150만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의료 체계 부담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97%까지 높이고 효과가 좋은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 고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지난 5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계속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며 "국가의 방역정책을 왜곡하고 의심하며, 이를 부정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해 단호히 투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베이징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현지시간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방역으로 텅빈 대형 쇼핑몰의 모습. 2022.05.10.wodemaya@newspim.com |
◆ 현 상황, 2020년 우한 사태 보다 '10배' 심각
최근의 코로나19 재확산 심각성이 2020년 우한 사태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강도의 방역 정책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020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쉬젠궈(徐建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가 '작심 발언' 했다.
쉬 교수는 지난 7일 열린 웨비나에서 올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은 인구가 1억6000만명에 달하고 경제 피해액은 18조 위안(약 3402조 9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18조 위안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7%에 달하는 규모다.
쉬 교수는 "2020년 우한 사태 당시 경제 활동에 영향을 받은 인구가 1300만명, 경제 피해액은 1조7000억 위안이었다"며 "올해 심각성이 우한 사태의 10배 이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와 선전·쑤저우(蘇州)·베이징 등 중국 내 주요 도시들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되면서 피해가 우한 사태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쉬 교수는 이어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우는 주요 원인은 통화정책 이슈가 아닌 코로나19 방역 정책이다.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의 통화·재정 정책 등 부양 조치는 우한 사태 때보다 약하다"면서 "부양 강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부실 채권 증가·물가 상승·환율 변동성 심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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