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 각국에서 원인불명의 어린이 급성 간염 발병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영국에서 A형이나 B형 간염과 다른 양상의 급성 간염 소아 발병 사례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지난 1일 급성 간염이 의심되는 사례 1건이 나왔다.
간염은 주로 음주나 독성물질,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한다. 원래 어린이들이 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이들에게 A·B·C·D·E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점이 미스터리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주사 맞는 미국 어린이.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하다. 2021.12.05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환자들은 대부분 1~16세 소아청소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러한 아동 급성 간염 사례는 20개국에서 최소 348건 보고됐고, 70건 정도가 미스터리성 발병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조사 중이다.
WHO는 간 이식 수술이 요구되는 환자가 17명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만 109건이 발생했고 사망한 아동은 5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1일(현지시간) 어린이 급성 간염 보건경보를 발령했다.
급성 간염 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나라는 영국으로 약 163건이다. 최소 5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급성 간염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다.
◆ 전문가들, 아데노바이러스 지목하지만 "100% 딱 맞지 않아"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의학계에서는 최근 증가하는 아동 급성 간염이 아데노바이러스 41형과 연관이 있다고 추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급성 간염 소아 환자의 50% 정도에게서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이 검출됐기 떄문이다. 아데노바이러스는 주로 아동에게 호흡기와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인데 그 중 41형은 면역이 저하된 어린이에게 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아 급성 간염 보고가 가장 많았던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게 된 어린이들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고, 아데노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간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도 100% 맞아 떨어지진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경우 급성 간염 환자 중 절반만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더러 대다수가 면역 질환이 없는 건강한 아이들이었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현재 미국, 영국, WHO 등과 급성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활발히 논의 중이지만 어떤 바이러스가 100% 원인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CDC도 "아데노바이러스 41형은 설사, 구토, 발열을 동반한 소아 급성 위장 장애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면역체계가 손상된 어린이들에게서 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연관성은 불분명하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알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우리 아이 이 증상이면 병원 데려가세요"
CDC는 소아 급성 간염 경보를 발령하면서 0~16세 자녀를 둔 부모의 각별한 관찰을 요구했다.
특히 ▲발열 ▲구토 ▲복통·설사 ▲관절통 ▲황달 증세를 보이면 즉시 병원 진찰을 받을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또한 당국은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자주 손씻기와 기침시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는 습관 등 아이에게 감염 예방 행동 수칙을 가르칠 것을 권고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