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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분유가 없다"...美 정치 쟁점화 된 분유 대란

기사등록 : 2022-05-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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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분유 진열대..."한통에 13만원" 판매글도
11월 선거 앞두고 공격 재료 된 분유 품절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에서 '분유 대란'이 일고 있다. 미국 분유 업체 애보트의 제품 리콜과 공장 일시 폐쇄로 마트에 분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세계적인 공급난과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힘든데 분유까지 구하기 어려워진 현실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미국 내 분유 품절율은 43%에 달한다. 일주일 전 40%에서 또 늘었다. 이는 마트 두 곳 중 한 곳은 분유 진열대가 텅 비었다는 뜻이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타겟 매장의 분유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2022.05.10 [사진=로이터 뉴스핌]

월마트, CVS, 월그린, 타깃 등 대형 마트와 약국 체인은 한 사람당 최대 3통만 살 수 있게 분유 구매를 제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체로 분유 진열대는 비어있는 데다가 마트들을 돌며 분유를 사재기하려는 '패닉바잉' 현상까지 일고 있다. 

온라인에는 분유 한 통을 100달러(약 13만원)에 판매하는 글이 올라왔다. 산모들은 페이스북 등 SNS에서 3분의 1 남은 분유를 사고 팔거나, 나중에 분유로 다시 갚는 스와프(swap·교환) 거래를 한다. 

일부 산모들은 집에서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유아가 필요한 것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말고도 미네랄과 전해질 등 여러 영양소가 있어서 수제 분유는 아이 발달과 신진대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분유 품절 대란의 주된 원인은 애보트 분유 리콜 사태다. 애보트 분유를 먹은 영유아가 박테리아에 감염돼 2명이 사망하고, 최소 4명이 입원하는 일이 발생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대대적인 제품 리콜을 지시했다. 애보트의 대표 분유 브랜드인 시밀락, 엘리멘텀, 엘러케어도 리콜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FDA는 조사를 위해 미시간주 애보트 분유 공장을 일시 폐쇄시켰는데, 이곳은 미 국내 납품 분유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이다.

분유 품절 현상은 정치권 문제로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트위터에 "바이든의 미국에서는 분유를 찾기 어렵다"며 아버지를 대신해 비판했다.

이날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도 분유 품절 사태가 주요 쟁점이었다. 젠 사키 대변인은 "당장 분유를 찾지 못하는 산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CNN방송 기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행정부는 유럽에서 분유 수입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당분간은 분유 대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엘레즈 스테파니크 연방 공화당 하원의원(뉴욕)이 12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 앞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 '분유 품절 대란' 책임을 묻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PBS방송 캡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은 "애보트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는데 바이든 정부는 대체 무엇을 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납품 분유의 98%가 국내 브랜드인 상황에서 리콜이나 공장 폐쇄에 따른 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의회의사당 밖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릴레이 연설을 했다. 엘리즈 스테파니크 연방 하원의원(뉴욕)은 "우리는 FDA에 대응책을 물어봤지만 답변을 얻지 못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계획 자체가 없다"며 "나도 9개월 된 아이가 있다. 뉴욕 북부의 마트를 갔는데 분유 진열대가 비어있더라. 일부 가정은 몇 시간 차를 끌고 다른 지역 마트를 돈다. 휘발유 가격은 또 얼마냐"고 지적했다. 

높은 소비자 물가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큰 타격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분유 품절 대란은 공화당의 좋은 '공격 재료'다.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분유 대란은 당분간 미국 정치계의 핫이슈가 될 듯하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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