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던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쏘카의 상장 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1분기 실적 발표 이후인 5월 중순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IPO 시장이 냉각되면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16일 쏘카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상장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요즘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서 일단은 상황을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쏘카 말레이시아 [제공=SK] |
당초 쏘카는 1분기 실적을 결산하고 IPO 일정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최근 매출액이 늘고 있어 분기 실적을 기업가치 산정에 긍정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데다 5월에는 다른 조(兆) 단위 대어들과 일정이 겹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쏘카가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내고 6월부터 IPO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IPO 시장의 급격한 냉각이 변수가 됐다. 쏘카는 상장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일정은 물론, 공모 흥행을 위해 기존 예상가보다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쏘카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이내에 상장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쏘카는 지난 1월 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약 3개월만인 4월 7일 상장 자격을 얻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상장 심사 통과 후 2~3개월이 소요되니 늦어도 다음달에는 (상장을) 취소할지 그냥 갈지 어느정도 의견이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컬리, 교보생명보험, 현대오일뱅크 등의 앞날도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SK쉴더스를 시작으로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등이 줄줄이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투심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던 대어급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장 일정이 철회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만 5개 기업이 상장 계획을 취소했는데 이 가운데 4곳이 코스피 쪽이었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리츠를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만이 유일하게 IPO에 성공했다.
IPO 시장 침체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 부진이 꼽힌다. 지난해 초 3300선까지 올라섰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 2500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봉쇄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데다 미국발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됐다.
여기에 시장 상황과 맞지 않게 공모 기업들의 눈높이는 높아지면서 적정 시장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직원은 "작년, 재작년처럼 유동성이 넘치는 장이 아닌 이상 시장에서는 고평가 기업을 바로 잡아낸다"며 "특히 대기업이 현실을 모르고 무리하게 높은 몸값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잔치는 끝난 반면, 성장기업들의 몸값도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 과정에서 높아졌다. 원스토어의 경우 희망 공모가 밴드(3만4300~4만1700원)보다 낮은 2만7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하려 했으나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 지나치게 낮은 공모가를 강행할 경우 2019년 투자한 SKS-PE, 키움인베스트먼트가 투자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결국은 밸류(기업가치)를 보게 될 것"이라며 "현재 IPO 예정기업 중에서는 시가총액이 작은 위니아에이드가 공모가가 낮게 나오면 잘 될 것 같고, 수소연료전지 제조사인 범한퓨얼셀은 섹터 자체로 시장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이 좋아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적 대비 몸값이 비싼 기업들이 많아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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