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 폭락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50조원에 달하는 자산가치가 휴지조각이 되며, 대규모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루나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투자 위험성이 분명히 있는데도 제대로 된 회계나 가치평가, 감사, 시장감시시스템이 없었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투자자와 가상자산거래소의 탐욕도 뒤엉켰다. 루나 사태의 원인을 파헤치고 사태재발을 위한 방안을 찾아본다.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게임 업계가 루나·테라 폭락사태로 돈 버는 게임 'P2E(Play to Earn)'를 포함한 블록체인 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메인넷으로 테라를 사용해왔던 컴투스는 이번 루나 사태 여파로 메인넷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또 게임사들이 자체 개발한 코인들의 가격이 대부분 급락한 상황이어서 P2E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 변화를 고심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게임 재화를 코인으로 바꿔 현금화하는 P2E 게임에 대한 불신이 커진 탓이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기술 전도사)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P2E나 NFT(대체불가토큰) 발행을 하고자 했던 게임사들이 댑(블록체인 기반 앱)을 론칭할 메인넷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컴투스와 같이 테라 네트워크에 이미 서비스를 론칭한 게임사는 서비스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적절한 메인넷을 찾아야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는데 국내 게임사들이 현재 이에 대한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겸 앤드어스 대표는 "과거부터 게임은 사행성을 너무 조장한다는 우려가 많았던 만큼 이번 폭락사태로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P2E 게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루나·테라 폭락에 게임사 코인도 동반 하락...컴투스 "메인넷 전환"
루나·테라 폭락사태는 이미 게임업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수의 게임사가 올해 1분기 신작 게임 부재와 영업비용 증가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게임사 발행 코인 가격도 하락세를 지속하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정보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컴투스가 발행하는 C2X 코인 가격은 18일 기준 1094.11원대를 기록해 루나·테라 폭락사태 전인 지난 8일 종가 2597.75원 대비 57.88%나 떨어졌다.
넷마블의 암호화폐 마브렉스(MBX) 코인 가격은 3만원대에서 1만1000원대까지 추락했고, 위메이드의 위믹스(WEMIX) 코인 가격은 지난 8일 2849.18원에서 이날 2548.64원으로 10.55% 하락했다.
게임사 코인 가격이 지속적으로 급락하면 P2E 프로젝트의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P2E 게임이 유저에게 제공하는 코인은 일종의 디지털 자산의 개념인데, 이 가격이 하락 추세에 있다면 유저들이 게임 활동을 통한 코인 획득에 대한 니즈가 떨어진다. 이에 따라 P2E 게임의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기가 어렵게 된다.
컴투스의 C2X 코인 가격이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은 컴투스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시스템인 메인넷으로 테라를 사용한 탓이다. 컴투스는 메인넷 전환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나 당장 메인넷 전환이 불가능한 만큼 P2E 게임 출시 일정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백년전쟁' 등 16개 이상의 P2E 게임에 C2X 코인을 접목할 계획이었다.
[자료=위메이드] |
다만 컴투스 측은 일정을 미루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컴투스 관계자는 "현재 다른 메인넷으로의 전환 혹은 자체적인 메인넷 구축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컴투스 그룹은 블록체인 게임 프로젝트들을 기존에 계획된 출시 일정에 맞춰 문제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나·테라와 구조가 비슷한 스테이블코인 '위믹스달러'와 자체 메인넷 구축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위메이드 역시 상황이 복잡해졌다. 위메이드는 최근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를 위한 '위믹스 3.0′ 전략을 공유하고, 연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에서 100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위메이드 측은 "루나 사태에 대한 부분은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위험하지 않게 위믹스가 커버 가능한 구조로 할 것"이라며 "나아가 기존 추진하는 사업(블록체인)도 순차적으로 잘 준비할 계획으로 다양한 개발사들과 함께 100개 게임 온보딩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게임사들, '위기대응' 전담팀 구성...규제 강화 우려도
게임사들은 루나·테라 폭락사태로 인한 악영향이 블록체인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위기관리 조직을 활용한 대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영향과 맞물려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루나·테라 폭락사태는 글로벌 자산 시장 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단순히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는 차원은 아닌 것 같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현재 별도 전담팀을 통해 블록체인 관련 위기대응을 높이기 위한 여러 활동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국내 게임사들은 당분간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영역 또는 시장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업계 일각에서는 루나·테라 폭락사태가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더욱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 시장은 규제로 인해 P2E 게임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게임사들은 P2E가 가능한 글로벌 버전과 P2E 요소를 제외한 국내 버전을 따로 개발해왔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루나·테라 폭락사태로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라며 "디지털 자산시장으로 자본의 유입속도와 볼륨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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