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고유가 대란이 심화하면서 물류업계가 총파업을 선언할 판국에 놓였다. 정부가 유가연동 보조금 확대를 당근으로 꺼냈지만 해결책이 아니라며 반발이 커지는 분위기다.
화물연대는 이달 중에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만간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새 정부를 상대로 유가 등 원가 상승을 반영할 수 있는 안전운임제 확대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불거진 물류대란에 총파업이 더해지며 건설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올해도 산업 전반에 피해가 우려된다.
◆ 화물연대 23일 기자회견 예정, 28일 결의대회서 구체 일정 나올 듯
19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는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을 예고키로 방침을 정했다. 구체적인 총파업 일정은 오는 28일 열릴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작년 11월 파업에 들어갈 때부터 예고한 2차 파업 일정이 2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조만간 실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경찰청,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추진하는 것은 올해로 일몰이 예정된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적정 운임을 보장해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원가 요인을 운임에 반영하는 게 핵심이지만 화주단체 등의 반발로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에 한해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시행 중이다.
특히 최근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안전운임제 확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은 3개월마다 유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반면 대부분의 화물차주들은 고유가 부담을 온전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서다. 안전운임제 적용 화물차는 전체의 5% 안팎이어서 대부분의 차주들이 유가 상승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총파업 여부를 놓고 화물연대 내에서도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이 시행될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라는 점에서 갈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집행부는 신중하게 대응하자는 분위기인 반면 집행부의 반대파가 파업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라며 "불법파업이라는 딱지가 붙을 경우 집행부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 발생하는 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기조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한 파업 일정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진행하는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화물연대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세계적 경유 공급난으로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14년 만에 휘발유를 넘어선 12일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경유가 휘발유 가격보다 높게 판매되고 있다. 2022.05.12 pangbin@newspim.com |
◆ 경윳값 역전현상에 화물차 부담 가중…"보조금 확대 일시 대응, 안전운임제로 원가 반영해야"
물류업계의 고유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17일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 기준을 리터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인하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게 화물연대와 운송사들의 지적이다. 이날 기준 경윳값은 리터당 1976.49원으로 14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를 결정했지만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효과가 거의 없다. 오히려 휘발윳값 대비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차량 규모마다 차이가 있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면서 대형차량 기준 매월 250만~350만원의 유류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많아도 월 30만원이 채 안되는 지원금 규모에 불과해 용돈을 쥐어주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화물업계 고유가 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 낮췄지만 유류세와 연동된 유가보조금이 덩달아 줄어들면서 효과가 전혀 없다는 업계의 지적을 받았다. 이런 반발에 추가로 내놓은 게 유가연동 보조금이지만 경유 1리터당 1991원 기준 30원을 인하하는 데 불과했다. 업계가 유가 부담이 여전하다며 추가 대책을 요구하자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추가로 낮췄지만 의미 없는 대책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운송업계는 유가연동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적어도 1551원까지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조금 규모를 대폭 늘려 화물차주들의 숨통을 열어줘야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보조금 확대는 일시적인 대응에 불과하다며 안전운임제 전 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안전운임제 관련 정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고 내부적인 방침에 따라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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