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20일 국회 인준 표결을 앞두고 쉽지 않은 수싸움에 들어갔다.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에 이어 현 정권 초대내각 구성에서 마지막 고비인 한 후보자 임명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거취를 놓고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한 후보자의 인준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가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상식에 따라서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적잖은 여운을 남겼다.
19일 여야 분위기는 정 후보자의 경우 낙마쪽으로 쏠리는 반면 한 후보자는 대세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상황론이 득세하는 기류가 강하다. 윤 대통령의 '상식론'도 이같은 전반적 기류 속에서 나온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구=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6.1 지방선거의 주요 구도가 될 전망이다. kilroy023@newspim.com |
정 후보자는 18개 부처 중 자진사퇴한 김인철 교육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유일한 거취 미정 후보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이었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한이 열흘이나 흘렀는데도 정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고 있다. 이날도 한 후보자 인준표결에 대해서는 '상식선'을 거론하며 의사표명을 명확하게 했는데 반해 정후보자에 대해서는 기자들의 며칠째 계속된 질문에도 이렇다할 의견을 내지 않았다.
여당내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후보자가 오늘이라도 결단한다면 내일로 예정된 한 후보자 인준에서 충분히 여야 협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하태경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의 잣대가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거론하며 "윤석열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믿는다"며 대통령실에 지명철회를 사실상 요구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05.18 kh10890@newspim.com |
이같은 여권내 분위기는 실시간 윤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내에서는 한동훈 장관의 임명 강행에 따른 야권의 반발에 이어 정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임명권자가 또다시 불통식 강공모드를 취한다면 20일 한 총리 후보자 인준표결 상황에서 민주당에 반대 명분을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의원총회 결의로 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을 본 연후에 (한 후보자)표결 일시를 결정해도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해 설득력을 키우고 있다.
이같은 민주당내 기류는 정 후보자만큼은 불가한데 한 후보자는 잣대가 좀 다르게 적용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금 임명하는 입장이 아니라 동의를 하는 입장이란 점을 거론하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에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출범 초기이니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당내 한 후보자 비토 분위기에 제동을 걸었다.
이처럼 민주당 핵심인사들의 발언은 현재 처한 당내의 미묘한 속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대통령이 거듭되는 통합행보를 보이면서 실리를 챙겨가고 있는 마당에 몇몇 장관후보에 비해 부정적 여론이 덜한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문제에 반대 당론을 세운다면 국정발목잡기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지방선거 판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도부들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명분만 갖는다면 20일 오전 열릴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번 정치적 딜레마를 피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명 위원장 등의 이날 발언은 윤 대통령과 여권을 향해 정치적 명분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전날(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하는 특별열차에서 여당 의원들과 환담하며 한 후보자 인준이 부결될 경우 추경호 총리 대행체제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한 후보자 인준을 먼저 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힌 바 있다. 양측의 해법 순서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 명확해짐에 따라 20일 민주당 의총까지는 물밑 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날 민주당에게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은 본인도 상식선에서 처리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셈법이나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그간 발언이나 행보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 총리 인준 표결을 놓고 윤 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에 밀릴 수 없는 샅바싸움에 들어간 만큼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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