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새로 개막된 '윤석열 시대'에서 부동산 정책의 중요성은 실로 중차대하다. '부동산 민심'이란 말로 대변되는 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기대감으로 바뀌어 윤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스핌>은 2022 건설부동산포럼 '새 정부 부동산정책에 바란다'에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는다. 윤석열 시대 부동산 정책이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해 우리 나이로 50을 맞은 직장인 이 모씨는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두명이 있는 4인 가족의 가장이다. 이 씨 가족의 소득수준은 도시근로자 소득 120% 수준으로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서민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씨는 '그 나이 먹도록' 아직 집이 없다. 이 씨는 지금 '집포자'다. 결혼 전부터 모아온 전세 보증금과 벌어놓은 돈이 3억 가까이 되지만 집값이 더 크게 뛰어 도저히 집을 살 엄두를 낼 상황이 아니라서다.
이 씨에겐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9년 시작된 보금자리주택 분양 때다. 당시 2억원을 갖고 있던 이 씨에게 3.3㎡당 700만~800만원이던 보금자리주택은 '신이 내린' 기회처럼 보였다. 하지만 청약통장 불입액이 적었던 이씨는 잇따라 청약에 실패하고 미분양 물량을 노렸지만 그마저도 이 씨에게 돌아갈 몫은 없었다.
이후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중단되고 분양가가 오르자 이 씨는 청약에 매진했다. '시드 머니'가 3억원까지 늘었다. 그리고 다주택자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한 좌파정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집값이 떨어질 것을 기대했다. 이 기회에 서울의 구옥 빌라를 한 채 마련하겠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웬걸. 2018년 이후 집값이 급등했다. 이 씨가 점찍었던 서울 강북 지역 2억원 짜리 빌라는 2021년이 되자 5억원이 됐다. 2017년만 해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서울의 2억원짜리 빌라는 이제 없다. 이 씨는 이제 어쩌면 죽을 때까지 집주인이 돼 재산세를 낼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모든 게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 탓이라는 고약한 마음도 든다. 집값을 잡아줄 것이 믿었던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피해의식에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 씨지만 윤 정부에 대해서도 기대감은 별로 없다. 한번 오른 집값이 떨어질리도 만무할 뿐 아니라 집값 만큼 오른 분양가로 인해 이 씨의 내집마련 꿈은 좌초 일보직전이다. 더욱이 이제 얼마 안남은 돈 벌 시간을 생각하면 막대한 빚을 지기도 싫다. 이제 그가 바라는 것은 네 가족이 근심 없이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이 씨가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버한 윤석열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 우선 집값이 내리지 않더라도 더 이상 추가 상승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집을 살 수있다는 꿈을 꿀 수 있어서다. 다음으로는 전월셋값 앙등에 걱정하지 않는 임대주택을 갖는 것이다. 즉 건전하고 확실한 주거 사다리. 주거 복지와 주거 안정. 이 씨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바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5년간 '죄인'으로 단죄됐던 다주택자는 징벌적 과세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고 중산층은 재건축, 재개발로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고 서민들은 조그마한 내집을 마련하고 싶다. 또 저소득층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 없는 임대주택을 원하고 있다. 즉 건전한 주거 사다리. 그 것이 평볌한 온 국민,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바라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셈이다.
◆ 5년간 서울 집값 두배...문재인 집값 급등기 '집포자' 양산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장관의 취임일성은 다주택자에 대한 경고였다. 김 장관은 주택 공급이 적지 않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놨다. 즉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는 투기꾼 다주택자의 욕심이 집값을 올리는 것이지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장관의 일관된 이야기다. 이는 김수현 실장이 주도하는 청와대 비서실의 의중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2022.05.23 donglee@newspim.com |
그리고 7대 지방 선거 압승 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집대성'된 2018년 9.13대책이 발표 되면서 '문재인 집값 급등기'가 시작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집권 직후(2017년 5월) 6억 708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우상향했다. 1년 후 2018년 3월 들어 7억원을 넘어섰으며 이 해 8월엔 7억4977억원을 기록했다 9.13 대책 직후인 9월 7억8560억원으로 집값은 치솟았다. 다음달 8억원을 넘었고 문 정부 마지막 달인 2022년 1월 들어선 12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즉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값은 정확히 '두배'를 찍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명박 정부 임기초인 2008년 3월 5억7000만원을 기록 한 후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7년 4월 6억 200만원으로 9년간 약 5% 올랐다. 이를 5년 동안 두 배로 끌어올린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이처럼 단기 집값 급등은 집 구입을 포기한 '집포자'를 대량 양산했다. 문재인 정부는 단기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끼며 2020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했다. 이는 내집마련 수요를 임대주택 수요로 주저 앉히는 원인이 됐으며 임대차3법 시행과 맞물리며 향후 본격 주택 공급이 시작되는 2~3년 동안 전셋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새 정부가 공약대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80%까지 올린다해도 4억~5억원을 대출 받아야 집을 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출이자가 연 1%만 올라도 타격은 극심하다. 한 은행권 전문가는 "금리가 연 12%였떤 80년대에는 1000만~3000만원만 대출을 받으면 됐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대출 리스크(위험성)는 크지 않았다"며 "집값이 올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집 매입을 포기하는 내집마련 수요가 갈 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집 많으면 집값 떨어진다..."주택공급. 충분할 수록 좋다...신호부터 확실히"
집값을 잡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할 정책은 주택공급 확대다. 주택은 충분할 정도로 공급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90년대 이후 국내 집값이 떨어진 시기는 세 번 있다. 90년대 초반과 1998년~2001년, 2010년대 초반이다.
첫번째 시기는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가구 건설계획에 따라 공급 확대 신호가 나온 뒤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떨어졌고 95년 연말 전국 집값은 4년전 대비 13.5%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하락폭은 더 컸다. 1991년 12월부터 1994년 9월까지 약 34개월간 16.5% 떨어졌다.
두번째는 외환위기의 영향이 컸다. 1998년 2월 이후 전국 주택 가격은 1년여 사이 10% 넘게 하락했다. 서울은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년4개월 만에 12.6% 떨어졌다.
세번째 시기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 신호 때다. 2008년 벌어진 국제금융융위기는 외환위기 당시만큼 크진 않았다. 하지만 2007년까지 급격히 오른 집값에 따른 피로감이 컸고 금융위기로 주택구매력이 낮아진 상태였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서울 근교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급한 주택공급은 집값 하락을 이끌었다.
당시 정부는 150만가구의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고 이 가운데 분양물량은 절반에 해당하는 70만 가구로 계획됐다. 보금자리주택이 입주를 시작한 시기는 2013년 이후다. 하지만 이 때 시작된 사전청약으로 내집마련 수요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고 이는 2015년까지 6년 가까이 집값을 억제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집값은 5~7% 떨어뜨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만 실제적인 입주가 늦어지고 금융위기로 인해 민간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전셋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긴 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250만 가구 공급도 결국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신호를 시장에 확실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집값을 잡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만큼 공급 확대 만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매맷값은 전월셋값과 달리 수요-공급 원칙보다 기대감이 좌우하는 성향이 있다"며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신호만 보내면 집값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주택 200만가구, 2010년대초반 보금자리 150만가구 계획 때도 실제 공급이 이뤄지기 전 집값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2022.05.23 donglee@newspim.com |
◆ 근심없는 주거복지...공공임대주택 확대 절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임대차 제도는 사유재산의 국유화 시도로 비판 받는다. 임대차 3법으로 대변되는 문 정부의 주택 임대차 정책은 사유 재산을 공공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꼽히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순기능이 적지 않음에도 비판을 받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사유재산을 공공재로 활용하면서 이에 대한 인센티브는 전혀 없고 오히려 임대사업자인 다주택자를 죄악시하는 '정치 프레임'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나온 '준공공 임대주택'과 대변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임대차 3법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답은 준공공임대주택이었다. 8년 의무 임대와 연 5% 이하 임대료 상승 조건이 있는 반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배제라는 인센티브를 줬다. 즉 사유재산을 공공에 기여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댓가를 받는 제도였던 것.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단죄되고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 이전 다주택자로 낙인 찍혔다.
전직 국토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공공에 기여하는 대신 공공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는 준공공임대주택은 좌파와 우파 정치성향에 기인하는 바가 있지만 시장 경제에 적합한 제도로 본다"며 "준공공임대주택은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제외한 모든 요소를 갖고 있었는데도 문재인 정부 들어 임대인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죄악시 됐는데 이는 임대인들이 기회만 있으면 임대료를 올리게 만든 동인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 정부 들어 임대차 제도는 인센티브는 없애고 징벌적 과세와 같은 형벌로 임대인을 억압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에 대한 비판이 일자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인센티브가 집값을 올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윤 정부의 임대차 제도는 임대차 3법 폐지나 유지가 관건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즉 공공·준공공 임대주택 공급확대로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해야한다는 시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후기 집값 상승에 대비해 내놓은 공공자가주택과 같은 어설픈 자가주택 대신 공공임대주택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이명훈 한양대 교수는 "임차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사다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토지임대부 주택, 공공환매조건부 주택과 같은 어설픈 자가 주택 대신 그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돌리고 공공지원 민간임대도 확대해 임대주택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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