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새 정부 들어 교체된 신임 검찰 지휘부가 23일 공식 업무에 돌입한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문제점을 거듭 비판하며 검찰이 지닌 수사 역량을 발휘해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이원석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법안 입법으로) 또 다시 법률이 바뀌어 매우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인 것은 확실하지만 바뀐 법률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다"며 "전력을 다해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하겠다"고 밝혔다.
[과천=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 2020.01.10 mironj19@newspim.com |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축소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사실상 수사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차장은 법무부 방문 등 외부일정 계획을 묻자 "첫 출근이니 들어가서 업무를 파악하고 내부 행사만 참석할 계획"이라며 "저희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내실을 다지는 일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검수완박 태스크포스(TF)의 보고를 받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들어가서 일정을 보고 차차 준비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취임한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검수완박 법안을 정면 비판했다.
김 검사장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4개월 후 시행을 앞두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은 박탈되고, 송치사건 보완수사 범위도 축소돼 억울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기회마저 사라질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한 혜택은 권력과 재력을 가진 범죄자에게, 피해는 오롯이 힘없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형사사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송경호 신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05.23 hwang@newspim.com |
그러면서 "검수완박으로 검찰 제도의 본질까지 훼손될 위기에 봉착했지만 상식을 지키는 공정하고 따뜻한 검찰로 거듭나야 할 때"라며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강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거나 법 뒤에 숨지 못하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올 연말까지 검찰에 수사권이 있는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 오는 6월 1일 예정된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후곤 신임 서울고검장 또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향후 대응을 예고했다.
김 검사장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새 형사소송법에 대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과 함께 합리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자"며 "절차와 내용에 있어 문제가 있는 법이라 할지라도, 법이 통과된 이상 우리는 그 법을 집행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형사소송법 등 개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이 어려워지는 등 범죄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라며 "고검에서도 일선청 업무감독, 항고사건의 처리 등에 있어 범죄 피해자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법안 통과에 따른 실무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대검은 '검수완박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등을 준비 중이다. 새 검찰 지휘부가 취임 첫날부터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법안 시행으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만큼 위헌성 다툼을 위한 대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한 취임 이전부터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 소지를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법무부도 TF를 구성해 검수완박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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