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 총 63조원의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매머드급 투자 규모에 구체적인 계획까지 명시하면서 한국이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위한 허브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국내 전기차 사업에 2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144만대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10만대 규모의 PBV(목적기반차량) 생산을 위해 화성에 기아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당시 발표는 전기차 생산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로보틱스와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진= 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어 지난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2025년까지 미국에 총 105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계획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은 105억 달러 중 55억 달러(약 7조원)를 조지아주(州)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공장 및 배터리셀 공장 설립에 투입하기로 했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2030년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목표를 84만대로 설정했다.
나머지 50억 달러(약 6조원)는 미래 사업 분야에 투자한다. 정 회장은 2025년까지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투자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에만 지나치게 많은 돈 보따리를 풀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차 노조는 오히려 "사측이 발표한 국내 투자계획은 오히려 퇴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1조원은 이전에 약속한 '2025년까지 국내 공장과 연구소에 60조원 투자' 계획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불과 엿새 만에 2025년까지 63조원의 대규모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63조원은 미국 투자금액 13조원의 약 5배에 달하는 큰 액수다. 한국을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핵심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는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PBV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혼류 생산 시스템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라인 증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면담을 마친 후 국내외 언론 스피치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2022.05.23 jun897@newspim.com |
전용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2025년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체계 하에서 개발된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 기반인 충전 솔루션, 고객 서비스 등 인프라 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외부와 협업을 통해 국내에 초고속 충전기 5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목표다.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엿새 동안 발표한 국내외 투자 규모만 76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철강, 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해지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경쟁이 격화되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정 회장의 전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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