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요동치면서 가상자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루나 상장폐지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피해가 확대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나가 '혁신'에서 '휴지조각'이 되기까지 전 과정에 거래소의 역할이 다분히 있었다는 지적이다.
◆상장폐지 늑장 대응…추가 피해자 10만명, 거래소 수익 100억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2022.05.24 dedanhi@newspim.com |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루나 사태'로 국내 28만명 이상의 투자자가 피해를 보고 이들이 보유한 루나는 700억개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가상자산거래소 및 증권시장에 있는 다양한 루나‧테라 파생상품의 손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이달 초만해도 시가총액이 50조원에 달했던 루나와 그 자매 코인 테라의 가격이 일주일 만에 99%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테라와 루나의 거래 중단을 즉각 조치하지 않았고, 입금을 일시적으로만 제한해 루나는 '상폐빔'(상장폐지를 앞두고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을 노린 투기성 투자자들이 10만명 더 급증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이로 인해 루나 사태가 터진 후 일주일간 업비트와 빗썸이 루나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만 최소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거래소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피해자는 급증했고, 거래소의 수익은 늘어난 셈이다.
거래소들은 루나 가치가 급락한지 2주가 지나서야 "가상자산은 법정화폐가 아니므로 특정 주체가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동일한 공지를 올렸고, 사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상은 가상자산법이 없는 탓에 루나‧테라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통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이석우 대표는 최근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안타깝지만 손해는 보전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 폭락 사태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루나를 BTC마켓(비트코인으로 가상화폐 거래)에서 20일 정오를 기점으로 상장폐지했다. 빗썸은 루나에 대해 오는 27일 오후 3시부터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모습. 2022.05.20 mironj19@newspim.com |
◆거래소·VC, '혁신'으로 '위험성' 덮어
이런 분위기는 뉴스핌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21~23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9%가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다'를, 15.2%가 '규제가 필요할 뿐 아니라 피해 책임 소재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루나처럼 가상화폐의 혁신성만을 추종하다 보니 피해가 발생한 만큼, 규제를 할 시기가 됐다는 게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루나는 자매 코인 테라의 가격이 개당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테라 한 개를 팔면 1달러어치 루나를 받는 식이다. 발행사 측은 테라 가격에 연동된 루나 가격이 오르면 발행 물량을 늘리고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 발행 물량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루나와 테라 가격을 유지해왔다. 특히 테라폼랩스는 투자자가 테라를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곳에 예치하면 연 20% 수준의 이자 수익을 보장을 약속하며 신규 투자자를 유치했다. 테라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은행에서 20%의 이자를 받는 것과 똑같은 셈이다.
또 여기서 회사는 예치 받은 테라를 대출해줬다. 투자자가 루나를 담보로 맡기면 시가의 60%까지 테라를 빌려줬다. 더 큰 문제는 여러 투자자들이 대출받은 테라를 다시 앵커프로토콜에 맡기면서 대출과 예치가 반복되면서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테라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했던 것은 단순히 시장 탓만이 아니었다. 테라 생태계서 작동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해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거래소들과 많은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루나‧사태를 '이례적인 일'이라며 처음부터 폰지 사기를 의도한 상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거래소에 루나‧테라 상장 심사부터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테라와 루나를 상장시킨 거래소드의 상장평가 보고서에는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은 프로젝트' 등으로 표현되며 대체적으로 강점이 부각됐고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업비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거래소는 코인 상장심사와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 '비공개 원칙'을 삼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코인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알기 어렵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루나‧테라가 국내외 거래소에서 상장을 타진할 무렵 업계서는 '상장 안시키면 바보'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호평만이 자자했다"면서 "그당시 루나와 테라에 대한 코인 상장백서가 돌았고, 그걸 토대로 대부분 거래소가 상장을 했기 때문에 상장평가 보고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루나‧테라 사태가 촉발된 건 거래소, 투자사 등 관련된 핵심 세력이 위험성을 묻어두고 종교화 시킨 결과 '폰지 사기'를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폰지가 그렇듯이 초기에 사람들과 자금을 불러들일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데, 업비트와 투자사인 해시드를 중심으로 자본을 펌핑하면서 루나와 테라가 안착할 수 있는 큰 요인을 만들었다"면서 "그들은 혁신을 이하지 못한다는 단어를 쓰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코인에 대한 맹신을 주면서 종교화 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상장폐지까지 가는 마지막 까지도 거래소와 투자사는 남의 불행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다"이라며 "핵심세력이 펌핑을 부추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