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국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에 앞서 특금법 시행령을 보완해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루나 폭락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커진 가운데, 기본법이 입법되기 까지 기다리기엔 제2, 3의 루나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겸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루나·사태, 원인과 대책은' 긴급세미나에서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너무 커져서 제도권 안으로 들이기에 고려할 점이 많아졌다"며 "기본법 제정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국회통과가 필요 없는 특금법 시행령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 세미나에서 토론 사회를 보고 있다. 2022.05.23 kimkim@newspim.com |
특금법을 통해 가상자산에 대한 단기적인 행정력을 담보해 거래소들의 코인 상장 심사 체계 마련, 가상자산 공시, 불공정행위 규제강화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루나 가격이 일주일 만에 99.999%이상 폭락하자 업비트·빗썸·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들도 줄줄이 루나 상폐를 공지한 가운데, 가상자산 상장과 상폐 기준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 특금법은 다크코인에 대해서만 취급을 금지하고 있을 뿐, 이를 제외한 가상자산의 경우 가상자산사업자가 상장 및 거래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박주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단기적으로 시행령 차원이라면 주로 특금법이 될 텐데, FIU와 협의해야겠지만 특금법이 자금세탁방지 차원이란 법 목적 자체에 제한이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가상자산 공시, 불공정행위 규제강화라는 두 축을 전제로 제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는 가상자산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이 발행 유통되는 점, 분산원장기술 활용, 동일한 가상자산이 국제적으로 분할된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시와 관련해서는 백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적인 중요 투자정보를 법정 공시화한 뒤, 기타 투자정보 공시를 자율규제 공시로 할지, 법정 공시로 할지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가상자산시장 거래가 대량 경쟁매매 방식의 장내 거래소나 장외 다단계 판매 등으로 자본시장 위법 유형과 유사성을 보인다"며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시장질서 교란 행위 등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유형을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에는 공인회계사가 감사한 재무제표 등의 공시정보가 있는데 가상자산시장에는 이러한 측면이 미흡하다"며 "주택 등 건물 거래도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들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상장, 상장폐지 및 공시에 대한 공적인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1호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한 가상자산 루나·테라 폭락 사태과 관련해 유사수신행위 규제 적용이 어렵다는 법적 의견도 나왔다.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여부 판단시 ▲원금이나 이자 보장 지급 약정 ▲자금 조달업 등의 조건에 해당해야 하는데, 현행법과 기존 민법 판례상 가상자산은 명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사수신행위가 성립하려면 '모금'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민법이 규정하는 '금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소속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금전이 무엇인지 여부에 대해 명확히 다루고 있는 법령은 없다"며 "다만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한 민법 제763조, 제394조에서 '금전'의 의미는 우리나라에서의 '통화'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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