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내사 종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이 "영상이 내사 내용을 번복할 결정적 증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전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사 A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 방윤섭 김현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차관과 자신의 4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술에 취해 운전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3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03.15 pangbin@newspim.com |
이날 A씨의 변호인과 검찰은 A씨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통해 당시 사건 처리 과정을 질문했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택시가 아파트 단지 내 정차한 상태에서 손님이 10초 정도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가벼운 폭행 사건이었고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해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 종결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택시기사 B씨가 폭행 장면이 녹화된 영상이 없다고 했으나 이후 블랙박스 업체를 통해 영상 존재 사실을 알았고 B씨가 거짓말을 한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B씨의) 휴대전화에서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 왜 이걸 숨겼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솔직히 화가 많이 났고 (B씨를) 계속 다그쳤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변호인이 "영상을 확인한 결과 피고인이 작성한 내사보고와 차이가 있었느냐"고 묻자 A씨는 "피해자 진술과 부합하는 영상이었고 차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폭행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영상 내용이 기존 내사를 번복할 수 있을 만한 결정적 증거자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순 폭행에 합의면 공소권 없음, 내사 종결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부당하게 내사 종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로도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A씨는 "거짓말한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당시 택시기사가 영상이 없었다고 언론에 노출시킨 상황에서 제가 나서서 '영상이 있다', '영상을 봤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택시기사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또 "당시 이용구 피고인이 변호사라서 처분에 영향을 받은 것이 있느냐"라는 변호인 질문에는 "어떤 영향도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15일 다음 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은 차관 취임 전인 2020년 11월 6일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집 앞에 도착해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또 사건 발생 이틀 뒤 택시기사와 합의한 후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A씨는 당시 택시기사로부터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하고도 증거 확보 조치를 하지 않고 이 사건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일반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한 혐의로 이 전 차관과 함께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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