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지연됐더라도 조합원과 조합 간 계약 내용이 크게 변경되지 않았다면 계약 해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B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B조합과 가입 계약을 맺고 2018년 7월 29일 1000만원, 7월 30일 3000만원, 10월 1일 5120만원의 계약금을 각각 지급했다. 2019년 1월에는 1차 중도금 명목으로 2910만원을 냈다.
A씨는 사업이 지연되자 B조합이 계약 당시 사업의 지연 가능성과 토지 확보율에 대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동·호수 및 세대면적을 마치 선착순으로 확정 가능한 것처럼 계약서에 기재한 점도 지적했다. 또 주식회사 C가 시공사로 확정된 것처럼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1심 재판부는 "A씨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계약 체결 당시 B조합이 중요한 사항을 허위로 고지해 A씨를 기망했다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와 B조합이 계약 후 3년이 지나도록 조합설립 인가가 나지 않았고 A씨는 사업부지 확보 자금 대부분을 업무대행 수수료로 지급해 장차 부지 확보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계약 성립에 기초가 됐던 사정이 변경됐고, 이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분담금 등으로 사업 부지를 매수하고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사업 과정에서 조합원 모집과 재정 확보, 토지 매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아 사업이 지연될 수 있음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고려해 B조합은 계약서에 사업 개요가 향후 사업 추진과 인·허가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고 조합원이 추가로 분담금을 납입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며 "B조합은 지난해 3월 정기총회를 열어 새로운 대표자를 선임하는 등 사업 진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계약 당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다거나 사업 계획의 변경 정도가 예측의 범위를 초과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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