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안에서도 빅스텝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발언이 나오며 ECB 내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클라스 크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 ECB 내 매파가 빅스텝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온건파로 알려진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등은 빅스텝 논의는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 이사들의 이 같은 발언은 앞서 23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ECB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시발점이 됐다. 이날 총재는 블로그를 통해 "(ECB가) 아마도 오는 3분기 말쯤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ECB의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는 현재 -0.5%다. 라가르드 총재의 말대로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를 벗어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 6월에도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라가르드 총재는 첫 금리 인상 시점을 사실상 7월로 지정했다.
ECB내 매파로 알려진 크노트 네덜란드 총재는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7월과 9월 ECB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배제하는지 묻는 질문에 "내가 생각하는 한 아니다"라면서 "내가 라가르드 총재의 글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완전 배제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폭은 인플레이션에 달렸다는 취지로 말하며 "기대 인플레가 잘 안착(anchored) 되어야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경기 동향을 반영하는 4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33.5% 급등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된 수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디앵커링(de-anchoring) 우려를 촉발했다.
이에 24일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7월과 9월 ECB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드갈로 총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0.5%포인트 인상은 합의된 바가 아니다"며 빅스텝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크노크 총재는 7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보다 매파적인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6월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ECB 위원들 간에도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금리 인상 폭을 둘러싸고 ECB 내 매파와 비둘기파 간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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