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시행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경영계가 시끄럽다.
정부는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기업 자율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에 힘쓸 것을 주문했지만, 경제계는 오히려 법제도의 모호성 때문에 불만이 적지 않다.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어떻게,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법적으로 못 박아 둬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수영 경제부 기자 |
경영계의 소란에 결국 윤석열 정부는 본격적인 중대재해법 손질에 나서기로 약속했는데, 이는 곧 제정 목적성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중대재해법은 애초 현장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된 '노동자를 위한 법'이지만 2024년까지 설계된 정부 입법 계획안은 경제계 입맛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정부의 중대재해법 개정 계획을 보면 올 하반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정비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위반행위별 과태료 부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계가 과잉 처벌이라며 터놓은 불만을 십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이 현실화되면 기업은 어느 정도 수준만 맞추면 안전 체계를 갖춘 것인지 알 수 있게 되는 셈인데 과연 이를 통해 중대재해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안전은 과할수록 좋기 마련이지만, 기업은 법을 준수했다고 인정 받을 수 있는 정도까지만 투자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안전을 강화해도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중대재해법을 완화하는 방향은 섣부르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산업재해는 재작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 상흔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로 831명을 떠나보냈고, 같은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28명을 기록했다.
안타까운 소식은 올해 들어서도 줄을 이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57건, 사망자는 65명에 달한다. 더욱이 전체 중대재해 사고 59건 가운데 절반 이상은 과거 사고 전적이 있는 기업에서 재발했다. 기업들이 여전히 안전에 무감각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들이 감당하는 처벌의 무게를 덜어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근로자의 안전보다는 경제계의 요구와 애로사항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은 일터에서 숨을 거둔 노동자들을 기리며 탄생했다.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노동자 목숨을 방치한 기업을 강력히 처벌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중대재해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개정을 논하는 오늘도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 딸들이 일을 하다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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