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찰의 노동조합 총파업 대응 기조가 강경하게 바뀌고 있다. 총파업 돌입 전부터 경찰력을 투입해 불법행위를 사전 차단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3일 '경찰은 화물연대 불법행위 엄정 대응 방침' 제목으로 낸 보도자료에서 "경찰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상황을 비롯해 국가와 국민경제 큰 부담을 주는 집단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고 밝혔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오는 7일 0시부터 운송거부 등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약 1만300명이 의왕ICD(종합물류센터)와 부산신항 등 16개소에서 출정식을 갖는다. 화물연대는 운전운임 일몰제 폐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강행 의지를 비치자 경찰은 항만과 물류터미널, 산업단지 등 주요 물류거점에 경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키로 했다. 운송 방해와 시설 점거 등 불법행위를 차단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 등을 위한 화물연대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5.23 yooksa@newspim.com |
경찰은 특히 노조 측이 불법행위를 강행할 경우 현장 검거하고 핵심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를 끝까지 추적해 사법 처리한다고 경고했다. 만약 차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하면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도 병행한다고 했다.
이 같은 경찰은 대응은 지난해 연말부터 지난 3월 초까지 65일 동안 이어진 택배노조 파업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 28일 CJ대한통운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지난 2월에는 사측이 대화 나서지 않는다며 본사 건물을 기습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로비 유리문 등 기물이 파손됐다.
당시 본사 건물 점검을 두고 노조와 사측이 팽팽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노사가 먼저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CJ문제는 노사 문제로 이해하고 판단한다"며 "노사 간 대화로 해결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점거된 부분도 자진 퇴거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경찰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청장은 또 "다만 묵과할 수 없는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하게 사법 처리를 한다"고 덧붙였다.
CJ택배조 파업은 문재인 정부 때 발생했다. 노조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뒷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경찰이 파업 강력 대응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CJ대한통운 파업을 연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전 조합원 상경투쟁 도심집회'를 하고 있다. 2022.02.15 hwang@newspim.com |
이런 경찰 기조 변화에는 윤석열 정부의 별도 주문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경찰청 업무보고를 받은 후 "경찰이 민주노총 집회·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 불신을 초래했다"며 "선별적 법집행으로 국민적 신뢰를 잃지 않도록 주문하고 불법에 대해 일관되고 엄정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경찰의 노조 대응 방식 변화에 반발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검찰이 무소불위 권력 집단으로 민주주의의 공적이 되었는데 정권 바뀌자마자 경찰이 그 뒤를 이으려고 작심했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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