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일로 만 한달이 됐다. 한국과 한반도는 이전보다 안전해졌을까?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와 '글로벌 중추국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 가시화 등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강화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2022.05.22 skc8472@newspim.com |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9일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은 지금 재조정 과정"이라며 "진통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벌써 3차례, 올해 들어서는 18차례나 도발했다"며 "안보위협에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포함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확인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 재가동에 합의했다.
이 공동성명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특히 엇갈리는 부분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이다. EDSCG 재가동이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안보불안을 자극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 교수는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에는 양면이 있다. 북한이 도발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 남북관계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강대강 구도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확장억제력은 원래 갖고 있던 것이다. 한미동맹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를 상설협의체로 만드는 게 문제다.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북한이 고립됐다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안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문제는 미중관계가 나쁘기 때문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간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키고 도발을 자제하게 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미중관계가 나빠져서 힘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ICBM을 발사했는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제재 결의안이 부결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미중갈등 속에서 미국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선택함으로써 더 곤란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제는 강경 일변도인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북한이 닫은 것을 어떻게 열 것인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처음 생겼다. 2016년 10월 29일 열린 제4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개최가 합의됐다.
같은 해 12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 1차 회의가 열렸다. 양국 정부 외교·국방 차관급 인사들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양측은 2016년 B-52 전략 폭격기의 수차례 한반도 비행, 한국 당국자들의 미니트맨Ⅲ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 발사 참관, 탄도 미사일 탑재 핵 추진 잠수함(SSBN)의 괌 입항 기간 중 승선 방문 등을 통해 확장 억제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도 순항했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 때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18년 1월 17일 워싱턴에서 제2차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8년 3월 이후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데 중점을 뒀고, 이 과정에서 확장억제 상설협의체 운영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핵 공유로 발전시키겠다는 애초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운용하는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처럼 만들겠다는 게 원래 목표였다.
핵계획그룹은 유사시 나토 동맹국들이 핵 타격 계획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단위다. 나토에 배치된 핵무기는 해당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탄약 지원 대대가 전적으로 관리·통제한다. 미국 워싱턴에서 직접 송신하는 긴급 행동 메시지라는 발사 코드가 입력되면 핵폭탄이 활성화된다.
제3차 북핵위기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가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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