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윤준보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2.1%에서 4.8%로 대폭 상향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5.4% 오르면서 지난 2008년 9월(5.1%) 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유가 역시 휘발유값 기준으로 2000원대를 넘어선 이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5.15원 오른 2047.19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준보 기자 = 9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새마을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2022.06.09 yoonjb@newspim.com |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에너지가격과 유가가 상승하면서 공업제품 가격등이 오른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려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시민들 모두 식사를 하거나 식재료를 구입하는데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 송파구 새마을시장에서 자영업을 영위하는 이민숙(65)씨는 "모든 물건이 가릴 것 없이 2배는 올랐다"면서 "특히 고기와 밀가루가 많이 오른 것 같다"고 했다. 시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소모(62) 씨는 "예전에는 3만원어치 식재료를 사면 하루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5만원은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39) 씨는 "가족끼리 외식을 해도 예전에는 10만원 넘지 않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10만원 이상은 잡아야 한다"면서 "회사 주변 식당들 중에 가격이 그대로인 곳은 거의 없는 것 같고 요즘은 한 끼에 만원 넘는 곳이 많아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기름값 역시 이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르면서 기름값 부담이 커지자 시민들은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길모(55) 씨는 "예전에는 집 근처에 싼 주유소에서 5만원이면 차에 반 이상 기름을 채웠는데 요즘은 절반도 못채운다"면서 "한번은 직원에게 기계가 고장난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도 치솟는 물가로 인해 장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식당 등에서는 재료값이 오른만큼 메뉴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매출이 더 줄어들까봐 가격을 조금 올리거나 아예 올리지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4) 씨는 "재료값이 안 오른게 없어서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더니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재료값 생각하면 더 올려야 하는데 매출이 더 줄어들까봐 가격을 못 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70) 씨는 "매출이 이전보다 4분의 1은 줄어들었고 심지어 평일 저녁에는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을 정도"라면서 "재료값에 인건비까지 다 올랐지만 이런 상황에서 장사가 더 안될까봐 음식값을 올리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식비와 기름값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물가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는 손모(32) 씨는 "밥값이 오르다보니 요즘 회사에서 도시락이나 샐러드를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그마저도 최근에는 비싸져서 먹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강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권모(34) 씨는 "리터당 1600원 하던 것이 2000원을 넘어서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며 "자가용 이용 횟수를 줄이고 있는데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고 먼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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