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월 1일부터 채권 매입을 종료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7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이어 ECB도 7월 한 번에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우려와 달리 이날 ECB는 7월 금리를 25bp 인상하고 9월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더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만 열어두었다.
유럽중앙은행(ECB)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 "7월 25bp 인상, 중기 인플레 전망 악화시 9월 더 큰 폭 인상 적절"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CB는 9일(현지시간) "정책위원회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에도 ECB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나아지지 않거나 (지금보다) 악화하면 9월 회의에서 더 큰 폭의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혀 25bp 이상의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ECB가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건 유럽 부채위기 발생 직전인 지난 2011년이다. ECB의 정책금리 중 하나인 예금금리는 2014년 6월 제로(0) 미만으로 내려간 후 8년째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왔다.
내달 유로존이 10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달 8.1%(전년 대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인플레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에 따른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에 유로존에서는 물가가 고공행진하며 ECB의 물가 안정 목표(2%)를 대폭 상회하고 있다.
◆ 올해 유로존 인플레 전망치 5.1%→6.8% 상향..."고물가는 중대한 도전"
이날 ECB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직전 전망치인 5.1%에서 6.8%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인플레이션이 3.5%, 2024년 2.1%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3월에는 2023년 2.1%, 2023년 1.9%로 예상했던 데서 전망치를 올려잡았다.
이와 관련해 ECB는 "고물가는 우리에게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정책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이 중기적으로 물가 안정 목표인 2%로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CB는 예금금리를 현재 마이너스(-)0.5%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 ECB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재 전망으로 볼 때 3분기 말까지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0.5%인 예금금리가 오는 9월 말까지 제로 상태가 되려면 7월과 9월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올해 말까지 ECB가 기준금리를 총 139bp 인상하거나 7월부터 매회 25bp 이상 인상하는 보다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7월 50bp 금리 인상을 예고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5bp 금리 인상 계획을 밝힌 의사록 발표가 나온 직후 유로/달러 환율은 일시 0.16%까지 낙폭을 늘리며 1.0695달러로 하락했으나(유로 가치 하락), 한국시간 오후 9시 13분 현재는 낙폭을 모두 만회하며 전장보다 0.27% 오른 1.074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클로즈 브라더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로버트 알스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ECB의 발표와 관련해 "연준에 비해 ECB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한발 늦었다"고 평가하면서도 7월과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이날의 발표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ECB가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을 앞서가거나 보다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기보다는 연준의 행보를 좇는 데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