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증시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이 올해 초보다 20% 넘게 줄면서 연중 최저점까지 내려왔다.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규모와 일평균 거래대금, 신용융자잔고 등도 일제히 감소세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탈출로 활동성이 저하되면 더 큰 침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집계된 투자자예탁금은 56조9731억원으로 올해 초(71조7327억원)보다 20% 넘게 줄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청약으로 시중 자금이 크게 줄었던 1월 19일(53조8056억원)과 20일(54조200억원)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적다. 또, 2020년 11월 13일(56조6782억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3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66p(1.76%) 내린 2,550.21로 개장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환율은 11.1원 오른 1,28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06.13 yooksa@newspim.com |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찾지 않은 돈을 의미한다. 통상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으로 파악돼 등락에 따라 주식투자 열기를 가늠할 수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 2019년 말 27조3933억원에서 2020년 말까지 65조5227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후 지난해 5월 3일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청약 환불금이 들어오면서 역대 최고치인 77조901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후 인플레이션 압박과 이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긴축 정책에 증시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1년 만에 20조원 넘게 급감했다.
투자자예탁금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순매수 금액과 증시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6조5703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0조2818억원) 대비 3분의 1수준이다. 또,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0조6542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달 16조8689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달(2~10일) 일평균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합산 15조7494억원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조5556억원) 대비 57%다.
동학개미들의 빚 투자 금액을 의미하는 신용융자잔고도 감소 추세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집계된 신용융자잔고는 21조7135억원으로 올해 초 대비 6.92% 줄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잔고가 11조4866억원으로 5.28% 감소했고, 코스닥시장은 10조2269억원으로 8.70% 줄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주식매수대금으로, 통상 증시 상승이 예상되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증시 하락장에도 저가매수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22조~23조원대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조정장이 장기화되면서 지난달 후반부터 21조원대로 감소한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은 증시의 활동성을 떨어트려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쳐줬는데,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그러한 여력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시의 추가 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더 빠져나가면 거래대금, 거래량, 신용지표 등 증시의 활동성이 저하되고, 이는 증권사들의 이자수익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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