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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포, 공기 중 감염 여부에 달렸다"

기사등록 : 2022-06-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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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23일 원숭이두창 비상사태 선포 여부 논의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을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로 선포할지 검토한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에 대해 발령하는 최고 수위의 경계경보로,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소아마비에 발령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지난달 7일 이례적으로 비(非)풍토병 지역인 영국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이래 최소 39개국에서 1600여건의 확진 사례가 나왔고 감염 추정 사례도 약 1500건이다.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원숭이폭스바이러스. [사진= 영국 보건안전청(UKHSA) 제공]

확산 속도는 코로나19에 못 미치지만 원숭이두창이 풍토병 지역인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 외 국가에서 이처럼 광범위하게 확산한 일은 드물다.

이에 14일(현지시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제 이례적인 확산 상황임은 명백해졌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이전과 달리 특이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WHO는 오는 23일 회의를 열고 원숭이두창 PHEIC 선포 여부를 결정한다. 회의에서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언급한 이전과 다른 확산 양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기 중 전파 여부가 주요 쟁점일 것으로 예상된다. 

◆ 美CDC는 선긋지만 전문가들 "공기 중 감염 충분히 가능" 

발병 보고 초기에는 확진자의 대다수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기타 남성'(GBMSM)이고, 이 중 일부는 성소수자 축제에 다녀왔거나 나이트클럽 등 밀폐된 공간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확산세는 꺾일 기세는커녕 가팔라지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3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세계 누적 확진 사례는 1650건이다. 일주일 전보다 28%(362건) 늘어난 수치다. 

통상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체액, 점막병변과 직간접 접촉 혹은 비말로 전파된다. 공기 중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단일 감염경로로 입증할 근거가 부족해 그동안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여겨졌다. 

지난 10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공기 중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을 적극 부인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단거리에서 공기 중 감염 가능성은 왜 배제하냐고 지적한다.

원숭이두창 양성 판정이라고 표시된 검체 튜브 일러스트 이미지. 2022.05.22 [사진=로이터 뉴스핌]

WHO는 단거리 공기 중 전파가 흔하진 않지만 가능하다고 밝혔으며 영국 보건 당국은 일찌감치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한 '영향력이 높은 감염병'(high-consequence infectious disease)로 분류했다. 

에어로졸 감염병 전문가인 린지 마 버지니아공대 교수도 "WHO가 맞다. CDC의 메시지는 대중을 오도한다"며 "공기 중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밀턴 메릴랜드대 교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전파력이 코로나19에 견줄 정도로 강하진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공기 중 감염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 공기 중 감염 사례 실재...진물 증발 통한 감염 가능성도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여긴 탓에 연구 데이터가 적을 뿐 공기 중 전파 추정의 집단발병 사례는 존재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WHO 긴급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지난 2017년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집단 발병 사례를 예로 들며 공기 중 감염 우려를 표했다. 당시 2명의 의료종사자가 환자와 직접 접촉 없이도 감염된 바 있는 데 일부 감염자들은 자신이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수포성 발진이 터져 나온 진물이 증발한다면 짧은 시간이나마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을 제기한다.

CDC는 정액과 여성 생식기 체액 속 바이러스로도 전파가 가능한지를 조사 중이다. 이탈리아 확진 남성 4명에게서 채취한 정액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검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공기 중 전파가 입증된다면 새로운 방역규제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마스크 착용과 격리조치만이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NYT는 이번 원숭이두창 공기 중 전파 논의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를 연상시킨다"며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침과 재채기를 통한 비말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로 논의됐지만 향후 공기 중 전파가 주된 감염 경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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