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광모 (주)LG 회장이 LG 그룹을 이끈 지 이달로 4년이 됐다. 취임 후 줄곳 실용주의 행보를 보였던 구 회장은 LG 조직 곳곳에 실용주의 DNA를 심었다는 평가다. 또 사업에 있어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하게 미래사업에 배팅하고 있다. 구광모의 LG에서 주목되는 미래사업은 인공지능(AI)이다.
◆관행 얽매이지 않은 행보...실용주의 조직문화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22년 LG 어워즈'에서 구광모 대표가 오프라인 수상자와 온라인 화상 플랫폼으로 참석한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LG] |
21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권위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칭이다. 구 회장은 스스로를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해졌다.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 LG의 직원으로 있을 때도, 본사 담배를 피우는 공간에서 구 회장을 봤다는 직원들이 다수 있었던 만큼 구 회장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유교적 색채가 강한 LG그룹에서 부인 정효정 씨와 뉴욕 유학시절 만나 연애 결혼한 것 역시 구 대표의 자유로운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형식보단 가치에 집중하며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구 회장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그룹 차원의 회의체나 모임을 간소화하고 온라인화 했다. 또 매 분기마다 400여명이 참석해 진행됐던 임원 세미나는 100명 미만으로 참석자를 줄였고, 매월 진행하는 'LG포럼'으로 바꿨다.
포럼에선 임원들이 모여 일반적인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했다. 매달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해당 분야의 임원들만 참석, 심층 토론을 하는 식으로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사업 철수 "구 회장의 조직장악 의미"
재계에선 작년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한 것을 두고, 구 회장이 LG 조직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모바일 사업부(MC사업부)를 철수시켰다. 26년간 이어온 사업을 접은 뼈아픈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서 큰 사업을 접게 되면 그 사업에 소속된 직원이나 임원 반발이 상당해 아무리 오너라도 쉽지 않은 결단"이라며 "구 회장이 모바일 사업부를 접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 자체는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조직을 장악하고, 자기 사람으로 채웠다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가전과 디스플레이가 주축이던 LG는 부진한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배터리와 전장 사업 등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사업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구광모 "주력사업 질적성장 및 AI 등 新동력 발굴"
특히 구 회장의 관심이 두드러지는 사업은 인공지능(AI)이다. 구 회장은 공대 출신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AI 관련 스타트업에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구 회장이 취임 후에 처음으로 현장에 방문한 곳도 서울 강서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였다. LG사이언스파크에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최근 LG그룹은 2026년까지 국내에만 10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고, 총 투자액 중 43조원은 배터리, 배터리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AI 분야에 있어선 2020년 LG AI연구소를 설립해 AI 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AI 글로벌 석학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3월 (주)LG 주주총회에서 "그간 정예화 해 온 주력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AI·지속가능성(sustainability)·헬스케어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보다 힘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