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경기 침체 경고음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이미 약세장에 접어든 미국 증시가 바닥을 찍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증시 S&P500지수는 지난 1월 3일 4796.56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로 다섯 달째 추락 중으로, 28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넘게 빠져 여전히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P500 연초 이후 추이 [사진=구글] 2022.06.29 kwonjiun@newspim.com |
◆ '역대급' 침체 경고 등장
월가에서는 이미 경기 침체 가능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논란의 대상은 이제 침체 수위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의 대표 진행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수지 오먼은 전날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약세장에 머물고 있는 증시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골드만삭스 등이 잇따라 침체 리스크가 커졌다는 동일한 의견을 제시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머스크는 가까운 시일 내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루비니는 연말 침체를 점쳤다. 골드만은 내년 침체 확률을 30%로 이전의 15%보다 높여 잡았다.
이날은 '돈나무 언니'로 불리며 시장 낙관론을 굽히지 않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와 미국계 자산운용사 유로 퍼시픽 캐피탈의 피터 시프 CEO가 침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우드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 침체에 빠진 상태라면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자신의 의견은 틀렸다"고 인정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시프는 이번 침체가 역대 가장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 긴장감을 높였다.
시프는 "이번 침체가 완만한(mild)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침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황기에 금리가 너무 낮게 오래 유지될수록 거품이 꺼졌을 때 바로잡아야 할 실수들이 늘어난다"면서 "이번에 올 침체는 역대 가장 심각한 침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IB들 "이번 약세장 오래갈 것"
한편 침체 우려와 더불어 투자은행(IB)들은 미 증시 약세장 기간도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스파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총 11번의 S&P500 약세장을 살펴본 뒤 약세장이 평균 17개월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35.1%였다.
은행은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았을 때 약세장 평균 지속 기간은 6개월 정도로 짧았고, 낙폭도 28.9%로 덜했지만 침체가 동반됐을 때는 평균 기간이 20개월 정도였고 하락폭도 37.8%로 컸다고 강조했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하락장이 길었던 만큼 저가매수에 나서고 싶은 유혹이 강하겠지만 지금은 증시에 돈을 넣지 말고 좀 더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이어 "연준이 이제 긴축 사이클을 막 시작했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한 투자 자산보다는 양질의 방어 자산을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모간스탠리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달 연준 금리 인상 이후 기업들이 아직 실적 전망을 수정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증시가 아직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샬렛은 이날 투자리서치 노트에서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되기 전까지는 약세장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2분기와 3분기 기업 실적 발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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