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올해 가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계통 변이 BA.4와 BA.5 전용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게 될지 모른다.
30일(현지시간) 미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제조사들에 코로나19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BA.4와 BA.5에도 예방효과를 보이는 '2가(二價·bivalent) 백신 부스터샷을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BA.4와 BA.5가 미국에서 이미 우세종인 가운데 올 하반기 효과적인 대규모 예방접종을 위해 백신 갱신을 요청한 것이다.
일본의 한 의료종사자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2021.02.17 [사진=로이터 뉴스핌] |
FDA 백신 책임자인 피터 마크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소장은 "올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서 현재 유행하고 있거나 새롭게 나타나는 변이에 맞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부스터샷을 보유해 최악의 코로나19 결과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기존 1·2차 접종 백신의 성분까지 업데이트를 주문하지 않았다. 기존 백신 접종 만으로도 중증 악화와 사망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갱신된 백신 부스터샷의 경우 임상시험 데이터 제출을 생략했다. 대신 기존 오미크론 변이(BA.1)에 대한 데이터와 갱신된 설계 데이터만 가지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올해 가을 전에는 갱신된 부스터샷이 승인나야 전국민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할 수 있기에 FDA가 제출 서류와 절차를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화이자와 모더나는 BA.1에 효과적인 백신을 설계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BA.4와 BA.5에는 비교적 낮은 면역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화이자는 NBC뉴스에 오는 10월 첫째주 배포를 목표로 BA.4와 BA.5를 겨냥한 백신 갱신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모더나는 빠르면 오는 10월 말이나 11월초에 갱신된 백신 부스터샷 보급이 가능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 미국서 지배종 될 BA.5, 전파·병원성 높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6월 19일부터 25일까지 수집한 검체의 변이 비율을 보면 BA.4(15.7%)와 BA.5(36.6%)가 전체의 52.3%를 차지했다. BA.2.12.1 변이의 검출률은 42%로 일주일 전 52.9%에서 떨어졌다.
CDC는 BA.5의 전파력이 BA.4보다 훨씬 빠르다면서 이러한 추세라면 BA.5가 빠르면 이달 첫째주에 지배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변이도 BA.5다. 스크립스 병진과학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은 "우리가 목격한 코로나19 변이 중 최악의 버전"이라고 말한다.
일단 우리의 면역체계는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 접종에 익숙한데 BA.4와 BA.5의 돌연변이 정도는 "너무 멀리 왔다"고 토폴 소장은 말한다.
심지어 오미크론 변이 BA.1에 감염된 적 있는 사람도 언제든지 재감염이 가능할 만큼 특히 BA.5의 감염력과 전파 속도는 뛰어나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코로나19 간이 검사소에서 검사받는 시민들. 2022.04.1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무엇보다 기존의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델타, 알파 보다 중증 감염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신 두 변이는 폐렴 유발 위험이 크다는 일본의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5월 26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라온 논문에 따르면 BA.4와 BA.5 바이러스가 BA.2 보다 폐 세포에서 더 많은 자가복제를 일으켰다.
조지 루더포드 미 캘리포니아주립대(UC) 샌프란시스코 전염병학 교수는 "이는 BA.4와 BA.5가 우리의 폐 세포에 결합하는 데 더 큰 능력을 보인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폐 조직 깊숙이 있는 폐포세포와 결합한다면 중증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이번 연구 데이터를 임상증상으로 봐야할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로 면역저하자의 초기 치료제로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항체 혼합약제인 에부셀드(Evusheld)도 BA.4와 BA.5에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연구도 있다.
◆ 일일 신규 확진자 11만명, 입원·중환자·사망자도 늘었다
BA.4와 BA.5가 우세종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도 계속 증가세다.
뉴욕타임스(NYT)가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1만4000명으로 2주 전보다 10% 증가했다.
이마저도 전국 각지 선별진료소가 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고, 자가 진단 키트 사용이 늘면서 공식 집계에서 빠진 실제 확진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입원 환자와 중환자수도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신규 입원 환자는 3만2818명으로 2주 전보다 9% 늘었다. 매일 들어오는 평균 중환자실(ICU) 환자수는 3578명으로 8% 증가했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378명으로 2주 전보다 18% 더 많다.
NYT는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나면 면역효과는 줄어든다"며 "면역 인구가 감소하는 와중에 면역 회피 능력이 있는 BA.4와 BA.5의 출현으로 새로운 확산 국면을 맞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