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1대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생을 위해 상임위원장 배분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후속 조치 등의 조건을 내걸며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 정리가 과제로 떠올랐다.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하면서 이른바 '알짜' 상임위를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6.28 kimkim@newspim.com |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에서 17대 모든 상임위를 민주당에 넘겨준 바 있다. 당시 180석을 앞세운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는 등 국회 관례를 무너뜨리자 내세운 특단의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3일 여야 원내대표는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놓고 정당 의석 수를 반영해 11대 7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뇌관이었던 법사위원장은 후반기 원구성에서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에 따라 7개의 상임위원장을 모두 3선 의원으로 채웠다. 정무위원장(윤재옥), 교육위원장(조해진),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채익), 환경노동위원장(박대출), 국토교통위원장(이헌승),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종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김태흠) 등이 국민의힘 몫 상임위원장이었다.
당시 3선 의원들은 전반기 원 구성이 늦어진 만큼 남은 임기를 반으로 쪼개서 맡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8월 31일부터 올해 12월말까지 전반기 상임위원장이 임기를 이어가고, 그 이후 사퇴 후 재선출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박순자 전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국토위원장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3선 의원들은 전반기와 후반기 임기를 문서화 하는 작업을 통해 내홍이 벌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후반기 원구성에서 법사위를 확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국토위, 예결특위, 정무위 등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는 만큼 상임위원장 배분에 탄력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국토위를 민주당이 가져가게 되면 이헌승 위원장은 다른 상임위에서 4~5개월만 임기를 채운 뒤 사퇴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3선 의원들은 최근 회동을 갖고 잔여 임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아직 후반기 원 구성 협상 전이지만 당초 전반기 상임위원장 당시 논의했던 임기를 그대로 지키기는 방향으로 총의가 모아졌다.
한 중진 의원은 "이미 약속은 한 상황이다. (4~5개월 다른 상임위원장을 맡고 사퇴하는 것에 대한) 상황이 국민들께서 볼 때는 자리 채우기라고 볼 수도 있는 모양새"라며 "그러나 국회에서는 어떤 합의나 약속이 중요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가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약속은 원칙적으로 지키는 방향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의원들은 어떤 상임위를 가더라도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통상 상임위원들도 전반기 2년 동안 한 상임위에 있지 않고 사보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라며 "임기를 지키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다만 또 다른 변수가 남아있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경우 통상적으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의원 정수 비례로 상임위를 나누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전반기와 동일하게 7개의 상임위원장을 맡게 될 경우, 권성동 원내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는다면 3선 의원들이 맡아야 할 상임위원장 한 자리가 비게 된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도 변수다. 3선 의원 출신인 김태흠 충남지사가 빠졌지만, 김태흠 지사는 이미 농해수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에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할 3선 의원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이 우선이지만, 내부 3선 의원들의 상임위원장 배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주목된다.
taehun02@newspim.com